아동·학생만 받아라? 헬스장 더 뿔났다 "어른이 99%"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홍순빈 기자, 이강준 기자 | 2021.01.11 05:35
10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용산구의 한 헬스클럽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 = 오진영 기자

영업제한 완화 이후 첫 주말을 맞은 헬스장은 새해 다이어트 목표를 세운 고객들로 가득차야할 시간에도 텅 비어있었다. 만 19세 미만 아동 학생 대상으로만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라는 지침을 받아든 헬스장 관장들은 "차라리 문을 닫으라고 하라"며 격한 분노를 쏟아냈다.

10일 오전 방문한 용산구, 양천구, 영등포구 일대의 헬스장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불이 꺼져 있었다. 입구에는 우편물과 고지서, 신문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으며, 문을 연 헬스클럽들도 대부분 '성인은 운동을 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경복궁역 인근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A씨(30)는 사용한 적 없는 운동기구를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A씨의 헬스클럽은 영업을 시작한 지 1달도 되지 않아 입구에는 아직도 개업 축하 화환이 놓여 있었지만, 내부는 적막하기만 했다.

/사진제공=A씨

A씨 헬스장은 성인 대상으로 '항의 영업'을 하다 구청 직원에게 행정명령을 이행하라는 각서를 요구받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손해만 보느니 차라리 벌금을 내고 운영하는 것이 나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만 19세 미만 고객만 받으라는 정부 지침도 '황당하다'는 비판 일색이었다. '생존권'을 위해 들고 일어선 헬스장 업주들에 대한 정부의 고의적인 '보복'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A씨는 "일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헬스장을 제외하고는 아동·청소년 고객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성인이 99%인 헬스장에서 유아와 학생들만 받으라는 거는 유치원생 수준의 발상"이라고 일갈했다.



"300만원 재난지원금,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항의 집회 나가는 헬스장 업주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와 헬스클럽관장연합회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실내체육시설업 규제완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1.08. park7691@newsis.com


헬스클럽 관장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오는 11일부터 지원 대책으로 내놓은 300만원의 지원금을 두고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매달 임대료·전기요금·이자 등 고정비가 1000만원을 훌쩍 넘기는데 300만원의 지원금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다.


마포구에서 11년째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철 대표(47)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픈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는 "센터운영비에 생활비를 합하면 월 1500만원씩 필요한데 300만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를 채우기 위해 오늘(10일)도 파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장들은 정부 지침이 바뀔 때까지 집단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부터 대한피트니스경영자 협회 등 일부 단체들은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촛불을 들고 항의 집회를 연다.

용산구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김성우 대표(46) 역시 정부 방침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머리를 짧게 깎은 채 이날 열리는 촛불 시위에 참여한다. 김 대표는 지난 4일부터 구청에 사전 통보한 후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김 대표는 "오픈 중이지만 하루에 30명도 오지 않는다"며 "원래 하루 250명 정도의 회원이 방문했지만 지금은 매달 3000만원의 적자가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헬스클럽의 문은 열려 있었으나, 대부분의 조명이 꺼져 있었으며 운동 중인 회원은 1명도 없었다.

김 대표는 "머리를 짧게 깎거나 촛불을 드는 것이 정부를 탄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다만 촛불처럼 헬스장의 조명도 켤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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