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사무실에서 만난 송길원 담임목사는 "정인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부검을 해야한다'는 얘기만 들어서 불의의 사고로 정인이가 사망한 걸로 알았다"고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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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또래 조카 잃었던 송 목사, 정인이를 흔쾌히 받아준 이유━
송 목사는 장례 기간 중 교회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인이 양 외할머니로부터 "정인이를 묻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받았다. 그는 "안데르센 묘원은 모든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라며 흔쾌히 허락했다.
송 목사는 자녀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정인이 또래의 어린 조카가 숨졌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기억이 현재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만들게 된 결정적 계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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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목사 앞에서 '회한의 눈물' 흘렸던 양부…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때부터 정인이 묘지에 추모객들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어떤 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은 집에서 해온 음식을 정인이 묘 앞에 두고 추모하기도 했다.
송 목사는 "양부가 민망하고 염치없다고 느꼈는지 그 전엔 몰래 묘지를 다녀왔다가 작년 11월 중순쯤에 갑자기 면담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더라"며 "나를 만나더니 (양부는) 한참 동안 울었다. 온갖 회한에 잠겼기 때문 아니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관련 소식을 접한 상황이라 나도 양부에게 크게 꾸지람을 했다"며 "기도해달라던 양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완전한 죄인이 돼서 왔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사람(양부)에 대해 심정을 분석하고 상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사건의 전모가 완전히 밝혀지기 전이라 특별한 말을 할 상황도 아니었다. '부인이 구속됐으니 많이 힘들겠다' 정도만 말했었다"고 했다. 이날 이후 송 목사는 양부를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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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하는 추모, 굉장히 놀라운 풍경…끝없는 관심 가져달라"━
이어 "좋은 의미에서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인연이 하나도 없는 어른과 꼬마 아이들이 30분, 한시간 이상씩 정인이 곁에 머물면서 장난감과 먹을거리를 두고 가는 게 흔한 풍경은 아니지 않냐"며 한때 울먹이기도 했다.
또 송 목사는 "어린 아이 죽음 하나에만 국민들이 분노하는 게 아니라 사망에 이르게 된 여러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게 하나로 모아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특히 "이 아이에게는 아픔이고 고통이지만, 전태일처럼 이 아이가 그 역할을 해서 또 다른 정인이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이 알려진 이후 송 목사에게 끊임 없는 기부와 지원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양평경찰서는 그에게 '묘지까지 교통지원이 필요하냐'는 문의까지 하기도 했다.
그는 "마음만 받고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면서도 "단발성으로 끝나지말고 아동복지에 끝없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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