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당 15분 검토만 해도 6000시간…"입법영향평가 필요"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 2021.01.06 05:25

[the300]['입법공장' 국회의 민낯]<2>-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해외 의회 살펴보니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2만 4000여개의 법안을 건당 15분씩 검토하면 6000시간. 1년 300일, 매일 4시간씩 법안 검토를 해도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무차별적인 '입법폭격'에 제대로된 법안 만들기와 평가가 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법률을 발의 전·후로 꼼꼼하게 들여다 보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의원입법의 비중이 높은 미국은 복잡한 법안 심사 단계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입법조사처(CRS), 의회예산처(CBO), 정부책임처(GAO) 등 다층적 심의과정에서 심도 있는 분석이 진행된다. 사실상 규제영향평가가 복잡한 과정 속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5월 발간한 '입법영향분석을 통한 더 좋은 법률 만들기'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대표적 선진국들은 입법영향연구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연합의 영향평가 제도는 2003년 도입됐다. 대상은 법률안, 일정 규모 이상의 재정 사업이나 우리나라의 시행령에 해당하는 위임규정과 시행규정 등이다.


특히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다수 국가들은 2000년대 부터 '사전입법영향평가 분석제도'를 도입해 법안을 발의하기 전 법률 제·개정의 잠재적 영향을 미리 분석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사전 분석 결과를 법률안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입법은 사전영향평가를 받지만 의원입법은 사전평가 대상이 아니다.

우리도 20대 국회에서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이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 한 바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 들어 당론으로 추진하는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을 통해 다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제정법률안, 개정안 등의 법률안에 대해서는 입법영향분석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 소위와 상임위 등을 거쳐 숙려되는 만큼 영향 분석은 과하다는 측면과 함께, 개별 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에 부딪혀 그동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은 "법률을 만드는 일은 신중하고 아껴쓰는 게 선진국의 기본적 태도"라며 "꼭 필요한 법안을 충분한 사전 조정을 거쳐 입법 해야만 가치가 있고 법의 권위도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선진국 의회에서 하는 입법 영향평가는 기존 법률과 충돌 가능성, 예상되는 효과를 고려한다"며 "의원입법에 대해 지적하고 검토하는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법제실 등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형식적 요건이 아닌 내용을 검토하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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