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넘쳐도 못 맞을 수 있다…인력·콜드체인 공백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21.01.05 00:00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1.4/뉴스1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확보한 미국에서 2일 기준 백신 접종을 마친 인원은 422만명이다. 지난해 말까지 2000만명 접종을 목표로 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올해 여름까지 미국 전체 인구 3억3188만명의 70~85%를 접종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의 접종률은 1.27%에 그친다.

#.미국보다 접종 시작일이 6일 늦었던 이스라엘은 3일 기준 누적 접종자 1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2.58%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이스라엘의 이달까지 누적 접종 목표는 200만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COVID-19) 백신에 대한 허가심사에 착수한 가운데 백신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사전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접종 준비가 미흡하면 백신을 확보하고도 제때 접종하지 못해 집단면역이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초저온 보관·유통이 필요한 일부 백신의 특성상 관련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지난해 발생한 ‘독감백신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글로벌 백신접종 상황을 보면 미국, 영국, 중국 등 백신개발을 주도하고 선제적으로 확보에 나선 주요 국가들의 백신접종 속도는 오히려 지지부진한 상태다. 영국의 인구 대비 백신접종률은 1.47%, 미국은 1.27%, 중국은 0.31%에 그친다.

속도전을 벌인 세계 주요국들의 접종이 늦어지는 것은 그동안 백신 확보에 치중하면서 정작 접종시스템 구축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염환자를 치료하느라 백신접종에 나설 의료인력이 마땅치 않고 초저온냉동고 등 보관·유통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체육관과 광장에 대규모 백신접종센터를 설치해 60대 이상 노인과 의료진 등에게 우선 접종하는 등 백신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세계에서 인구의 10% 이상 접종을 마친 나라는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상황이 이렇자 우리도 백신 확보 이후 접종플랜을 촘촘히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관·배송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기존 접종방식을 활용한다고 해도 영하 70도에서 유통기한이 5일에 불과한 화이자 백신이나 영하 20도 보관이 필요한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예방접종 경험도 있으니 기존 접종방식을 활용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드라이브스루나 체육관 같은 공공시설을 활용한 대량접종 방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고려해 보관이 까다로운 백신에 대한 접종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관련 시설과 장비 등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더나 백신의 경우 접종시기가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겨지면서 준비시간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김 교수는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기 위해선 콜드체인(저온유통) 유지에 미리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며 “현재 콜드체인이 제대로 유지되는 병원이 거의 없는 만큼 (초저온 백신을 접종할) 별도 시설과 인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역당국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 말로 예정한 백신접종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월 말부터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집단시설에 거주하는 어르신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콜드체인 관련 업체들과 협의와 (보관·유통)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이자, 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접종센터를 설치해 접종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가장 난이도 있는 준비사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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