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바다, 우리의 미래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1.01.04 09:14

[NYT 터닝 포인트 2021]

[편집자주]'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1'이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치유와 변혁의 시대: 공존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 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터닝 포인트: 2020년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대폭 감소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5억 미터톤(mt·1000킬로그램) 줄어 역사상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바다가 없으면 생명도 없다.’ 이 메시지는 쿠스토 집안의 일원인 나의 유전자(DNA)에 사실상 잠복해 있다. 또한, 내가 환경보호론자로서 여러 해 동안 일하면서 세상과 공유하려고 노력했던 메시지이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우리의 바다가 비참한 상태인 것을 보면, 이 메시지가 사람들 대부분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다.

2020년은 최근 역사상 사회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였다. 2020년을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모색할 때, 우리는 건강한 바다가 없다면 우리도 건강한 미래를 가질 수 없다는 간단한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중 많은 사람이 바다의 마법과 아름다움을 경험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과 중요한 연관성, 즉 바다가 우리가 들이마시는 산소를 공급하고 우리가 먹는 농작물에 영양을 공급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수중 기지에서 31일간 살아보는 도전이자 특권을 누렸다. 이를 통해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시스템으로서의 바다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갖게 됐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유명한 공상과학(SF) 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C. 클라크의 표현을 살짝 빌리자면, 우리의 행성 지구는 지구가 아닌 ‘해양’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맞다. 물이 없다면 잉크처럼 검은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지구는 수십억 개의 생명 없는 암석 덩어리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지구와 관련된 해양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우리는 2020년의 교훈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코로나 19는 큰 고통과 비극을 유발했다. 또한, 인종적 불평등에서 우리 사회에 부담을 주는 부의 극단적인 불평등까지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도 조명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현실이 항상 명료했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이를 자각하기 위해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지각 변동이 필요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또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역할도 했다. 2020년 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각국이 엄격한 봉쇄조치를 취하자 자연계는 잠시 안도했다. 탁했던 베네치아의 운하가 점점 맑아졌다. 할리우드 힐 상공의 스모그는 흩어졌다. 차들이 도로에서 사라지자 일시적으로나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러한 전개는 고무적이었다. 극적인 변화가 가능하고 결국 더 푸른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하지만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이 계속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도 급증했다. 식료품을 담는 비닐봉지와 라텍스 장갑이 쓰레기통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람들이 버린 마스크는 도시 내 거리의 배수구를 따라 흘러내려 수로로 흘러 들어가 잠재적으로 해양 생물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우리가 그것을 깨달았든 혹은 몰랐든 간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생태계 속의 우리 삶을 질식시키고 있다.

환경오염과 전염병은 모두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그것들을 뒷받침하는 메커니즘과 과정은 육안으로는 대부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오늘날 바다에서 음식을 먹을 때 섭취할 수 있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물질을 볼 수 없다. 마치 우리가 호흡기에서 나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든 침방울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환경오염과 코로나19는 모두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싸움에 혼자가 아니다. 우리 중 누구도 자연적으로 바이러스에 면역이 되거나 공해와 기후변화의 영향에 면역이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가 집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진정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겉보기에는 작지만 일상적인 행동은 공해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둘 다 퇴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를테면, 세척 가능하고 재사용 가능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이웃의 건강을 보호하고 바다에 플라스틱이 더 적게 남게 하는 쉬운 방법이다. 우리의 수로들을 더 잘 보호하려면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소비재를 사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러면 결국 플라스틱 포장재에 대한 수요가 낮아질 것이다.

우리는 폐쇄된 순환 시스템 안에서 살고 있다. 실제로 물건들을 이 순환 시스템 밖으로 던져 버릴 수는 없다. 우리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플라스틱은 종종 해양 동물들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우리 인체 속으로 되돌아온다.


나의 할아버지 자크 이브 쿠스토(프랑스의 해군 장교, 탐험가, 생태학자, 영화제작자로, 바다에 사는 모든 생물 종류를 연구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처럼, 나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보호하게 되고 이해하는 것을 사랑하게 된다고 믿는다. 미적거리다가는 파멸할 것이라는 무서운 진리를 포함해 과학이 주는 교훈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다면 코로나19나 기후위기의 중대성도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자연의 편에 서는 것이 인류의 편에 서는 것이라는 점을 배워야 한다.

이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희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마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직접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더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 당면한 긴급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노력에 이바지하기 위해, 내가 행한 한 가지 방법은 ‘프로테우스 기지’의 건설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수중 연구소와 주거지로 기획된 곳이다. 프로테우스 기지 제1호는 퀴라소섬에서 떨어진 카리브해 해수면 아래 1829m 밑에 위치할 것이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해양 탐사를 위한 국제 정거장이다. 또한, 전 세계의 과학자와 관찰자들이 해저에서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계속 살 수 있는 거주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과학자들은 이 프로테우스 기지에 거주하면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바다의 비밀을 더 많이 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구 해양의 약 5%만 탐사된 상황이다. 이제 바다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또한 청정에너지와 식량 공급이 얼마나 긴급한 문제인지 알 수 있는 이상적인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물론 바다의 놀라운 생물 다양성도 알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종이 발견되면 어떤 의학적인 발견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2023년에 완공될 예정인 프로테우스 기지 제1호에는 비디오 제작 스튜디오가 마련될 것이다. 여기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바다 밑 삶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기회를 주는 영상을 만들게 된다. 이 프로테우스 기지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바다가 없으면, 생명도 없다’는 우리의 간단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매일매일을 보내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참화에 다른 종들을 잃는 일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 한다. 우리가 우선순위로 잡은 것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해결해도 되도록 기후변화가 속도를 늦춰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품고 있다. 프로테우스 기지 같은 연구소는 우리의 바다를 보호하고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나는 해양 환경 속에 코로나19나 다음번 유행병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천연 화합물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역사적으로 극도의 위기의 시기에 인류는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과감한 해결책을 마련하며, 생존할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지금이야말로 그렇게 할 때다. 2021년과 그 후를 바라보며 우리는 마침내 과학과 인간의 독창성의 힘에 의지해 우리의 바다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 거기에 우리의 목숨이 달려 있다.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파비엥 쿠스토는 잠수 전문가이자 환경운동가로, 파비엥 쿠스토 해양학습센터의 설립자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 클릭

  1. 1 1000도 화산재 기둥 '펑'…"지옥 같았다" 단풍놀이 갔다 주검으로[뉴스속오늘]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4. 4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5. 5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