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은행권이 직면한 과제[MT시평]

머니투데이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21.01.04 03:50

[기고]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잘 가라 2020년. 바이러스와 함께여서 너무 힘들었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새해를 맞으면 희망에 부풀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영 찜찜하다. 인류가 함께 힘을 모아 올해는 반드시 바이러스 퇴치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새해 은행산업은 어떻게 될까? 먼저 경제가 살아나야 은행도 산다. 다행히 올해 경제는 작년보다는 나아질 전망이다. 당연하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작년보다 못해서야 되겠나. 금융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20년에는 –1.2%, 2021년에는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기저효과가 있었는데도 올해 성장률이 크게 튀어 오르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일단 경제상황이 작년보다 좋아진다니 은행 영업환경이 올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잡힌다는 가정에서다. 그렇지 않으면 장담할 수 없다.

영업환경 개선과는 별개로 곳곳에 폭탄들이 도사리고 있다. 대비해야 한다. 작년에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너무 안좋다보니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각 국 정부가 돈을 많이 풀었다. 통화정책, 재정정책 가리지 않고 돈이 풀려나갔는데, 실물경제는 좋지 않다 보니 그 돈이 자산시장으로 많이 흘러 들어갔다. 주가가 폭등하고 집값이 치솟았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택가격도 너무 많이 올랐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자산시장은 고꾸라질 수 있다. 자산관리에서 대비가 필요하다.

저금리에 자산가격은 치솟고 장사는 안되니 대출이 많이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1월 중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54.5% 늘어난 93.8조원이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무려 151.7%나 늘어난 113조원이 증가했다.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기 위해 늘어난 대출은 아닐 것이다. 집 사고, 주식 사고 장사가 안되니 빚내서 버티려고 늘린 대출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자산가격이 내려앉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대규모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 은행들이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은행들은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의 펀치력을 실감했다. 올해는 하나가 더 생긴다. 또 지난 12월부터는 오픈뱅킹을 증권사, 우체국, 상호금융 등까지 확대하는 오픈파이낸스가 시작되었다. 빅테크는 은행업에서 영역을 더 넓힐 것이다. 2월에는 마이데이터사업이 시작된다. 경쟁이 크게 강화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간 우리나라 은행들은 차별화된 업무와 서비스로 승부하기 보다는 대동소이한 사업영역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가지고 가격경쟁만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 디지털금융이 확대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됨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진정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그라운드가 마련되었다.

복싱만 하던 은행이 이제는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싸워야 한다. 새로운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준비된 강자와 그렇지 않은 자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다. 건전성을 유지하고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 새해다. 은행들이 잘 준비해 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진제공=금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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