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탄생 성지 100년만에 기업가정신교육센터로

머니투데이 진주지수(경남)=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 2021.01.04 05:30

[기업(氣-UP)하기 좋은 나라]기업가 정신의 뿌리를 찾아서(1) 세 별이 자란 진주 지수초등학교

편집자주 | AC19(After Corona19) 시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국가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국부의 근간인 기업의 기운(氣)을 끌어올려(UP)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한국의 기업가들과 기업가 정신의 뿌리 찾기에 나섰다.

옛 지수초등학교에 들어서면 좌측의 게시판에는 이 학교 출신으로 알려진 구인회 럭키금성(LG GS) 창업자, 이병철 삼성 창업자, 조홍제 효성 창업자(사진 아래 왼쪽부터)들에 대한 소개글이 게시돼 있다. 이들이 입학할 당시인 1921년에는 신식 교육이 드물던 시절로 처음에는 6년제가 아닌 4년제로 허가됐었다. 한편, 효성 그룹 측은 조홍제 창업자는 함안 군북초등학교를 다니다가 1922년 서울 중동학교로 전학했다고 한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는 진주 지수초등학교는 1919년 3.1 만세 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후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신식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역 유지들의 뜻이 합쳐지면서 1921년 시작됐다.

승산마을의 허복 선생이 학교 부지를 무상 기부하고, 6년제 학교 승인을 요청했으나 조선총독부는 개교 당시에는 4학년까지만 승인했다.

이 학교 출신으로는 1회 졸업생으로 알려진 삼성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과 럭키금성(LG와 GS의 전신) 창업자인 연암 구인회 회장이 대표적이다.

호암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1919년 3월1일 독립만세 운동이 실패한 직후 9살 어린 나이에도 시대의 큰 흐름의 변화는 느꼈고, 그로부터 2년 후 가족들이 의논해 의령의 서당이 아닌 신식학교인 진주 지수보통학교 3학년에 편입하게 됐다고 썼다.

그는 둘째 누나의 집인 승산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이발소에 가서 길게 땋았던 머리를 싹둑 자르고 새로운 세상과 만남을 시작했다고 소회했다.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1921년 진주 지수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기거한 둘째 누나집. 매형인 허순구옹의 집이다. 호암은 여기서 지수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이듬해에 서울 수송보통학교 3학년에 편입했다고 호암자전에 썼다. 지수초등학교 총동창회 측은 1922년 호암이 이 학교를 다녔다고 해 입학시기가 엇갈린다./사진=진주 지수 오동희 선임기자.

호암은 "지수보통학교에서의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운 시간이었고, 공자가 동산에 올라 노나라가 작다고 했던 것처럼 진주에서의 생활이 의령에서 생활했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최초의 기회였다"고 술회했다.

그는 좁은 세상인 의령의 서당에서 벗어나 지수보통학교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고, 방학 중 친척 형으로부터 서울에 대해 들은 후엔 이듬해 외가인 서울 가외동으로 유학을 떠나 수송보통학교 3학년에 다시 편입했다고 호암자전에 썼다.

호암보다 세 살이 많은 연암(1907년생)은 승산마을에서 태어나 지수보통학교 개교와 함께 입학해 1924년 서울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여기서 학업을 이어갔다. 이 학교 앞마당에는 연암과 호암이 함께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부자소나무'가 있다.

연암의 장남인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이 학교 14회 졸업생으로 진주사범을 졸업한 후 모교에서 2년 6개월간 선생님으로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이 학교에는 상남 구자경의 호를 딴 체육관인 상남관이 있다.

삼성과 금성과 함께 이 학교 출신으로 알려진 효성 창업자인 만우 조홍제 회장(1906년생)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창업자는 1921년 설립된 함안 군북보통학교 출신으로 1922년 서울의 중동학교로 전학해 지수초등학교와는 직접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군북리와는 인근 마을이어서 창업자들끼리 최소한의 친분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1921년에 설립된 지수초등학교는 구인회 LG 창업자, 이병철 삼성 창업자, 조홍제 효성 창업자가 1회 입학생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진에 있는 운동장에서 함께 축구를 즐겼다고 한다. 이외에도 허준구 GS 그룹 창업자 등도 이 학교를 나왔다. 올해로 개교 100주년을 맞지만 학생수 감소 등으로 지난 2009년 인근 송정초등학교와 통합해 옛 지수초등학교는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행공단과 진주시가 기업가정신교육센터로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사진=진주 지수 오동희 선임기자.

한국전쟁 당시 학교가 폭격으로 피해를 입어 학적부 등이 소실돼 1회 졸업생들에 대한 일부 기록이 유실돼 조홍제 회장에 대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연암과 그의 후손들과 허씨 집안의 인물들은 다수 지수초등학교 출신이다.

구철회 LIG그룹 창업주,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구정회 옛 금성사 사장,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 허준구 LG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 최종락 국제플랜트 회장, 구자신 쿠쿠전자 회장 등 60여 명이 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기업가다.

이 밖에도 동요 ‘꼬까신’을 작사한 최계락 선생이 이 학교 19회 졸업생이다. 허만정옹의 장남인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은 호암 이병철 회장과, 3남인 허준구 LG 명예회장은 연암 구인회 회장과 사업을 함께 했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 위치한 옛 지수초등학교 교정에 식수된 일명 '부자소나무'. 이 소나무는 이 학교 개교 이듬해인 1922년 구인회 럭키금성그룹(현 LG, GS 등) 창업자,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가 학창시절을 함께 하며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진주 지수 오동희 선임기자.

이 학교는 2009년 학령아동이 크게 줄어 인근의 송정초등학교로 이전하고 폐교됐다가 2018년 7월 10일 한국경영학회에서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 진주’를 선포함에 따라 학교 본관은 17억원의 예산을 들여 기업가정신교육센터로 리모델링 중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기증한 체육관은 기업가정신 전문도서관과 체험센터로 탈바꿈해 오는 3월 문을 열 예정이다.

이 센터가 들어서면 전국 18개 창업사관학교 교육생들 1000여명이 여기서 기업가정신 연수를 받는 등 기업가 탄생의 성지는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련의 성지가 될 전망이다.

승산마을 이병욱 이장은 "옛 지수초등학교 부지를 비롯한 승산마을 전체를 기업가정신의 성지로 육성하는 등 기업가정신 육성을 위해 지자체 및 기업들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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