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신화'의 상징 아모레퍼시픽의 추락이 더 뼈아팠던 것은, 경쟁사 LG생활건강은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갔다는 사실이다. 우려와 탄식 속 2021년을 맞는 아모레퍼시픽의 각오가 비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룹은 51세 김승환 부사장으로 대표를 교체하고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과 대규모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부활의 원년'이 될 2021년,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최대 화장품 격전지 중국에서의 온라인 전쟁 승리를 목표로 세웠다. 선봉에는 대표 브랜드 '설화수'가 자리했다. 설화수와 라네즈는 지난 11월 조직개편에서 별도의 유닛(본부)로 독립·승격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K-뷰티가 최전성기를 누렸던 2016년, 'K-뷰티' 후광만으로도 잘 팔리던 설화수는 한한령 이후 가파르게 추락했다. 지금의 설화수는 중국 뷰티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브랜드(에스티로더, 랑콤, 시세이도)는 물론, LG생활건강 '후'와의 경쟁도 버거운 상태다. 하지만 중국 내 점유율은 낮지만 인지도는 높다는 점이 2021년 설화수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뷰티 소비자 10명 중 6~7명은 설화수와 라네즈를 알고 있는데 높은 브랜드 인지도가 온라인 전쟁에선 큰 경쟁력이 돼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올해 중국에서 설화수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이니스프리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브랜드간 마케팅비 조정을 단행했다. 덕분에 역대급으로 치열했던 11월 광군제 행사에서 설화수 판매액이 전년비 174% 급증하며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주력 판매제품을 윤조에센스에서 평균 판매단가가 높은 자음생 세트로 변경한 효과가 컸다. 경쟁사 LG생활건강은 진작부터 중국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고가 라인을 주력 제품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번 광군제에서 설화수 자음생 세트의 판매량은 200% 늘었다. 11월 티몰 판매 성장률만 두고 보면, 설화수는 시세이도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점유율이 낮아서 확대할 여지가 더 컸던 것이다. 2016년 이후 계속된 부진이 2021년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아모레퍼시픽은 전사 마케팅 비용의 50~60%를 온라인 채널 확대에 투입하고 있으며, 추가 투입할 수도 있다. 국내외 라이브커머스 활동은 월 100회 이상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방위적 온라인 전략에 전사적 역량을 총 집중하는 중이다.
윤정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면세채널의 고객은 주로 기업형 따이공으로 재편됐고 3분기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기업형 따이공들과 신규 거래 계약을 맺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10월부터 거래 실적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이 부분은 면세 시장 정상화 후에도 계약에 따른 매출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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