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1만8000원 벌었어요"…'대목' 사라진 크리스마스 이브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이창섭 기자, 김성진 기자 | 2020.12.25 07:30
이태원 거리./사진=김성진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라 오랜만에 장사를 하러 나왔는데 하루 종일 1만8000원 벌었네요. IMF도 겪었는데 이렇게 사람이 없는건 처음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명동 거리는 한산했다. 거리에서는 캐롤소리, 구세군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곳곳에 문닫은 가게들로 인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명동 거리에서 40년 넘게 잡화를 팔고 있는 이옥남씨(85)는 이날 넉달만에 장사를 하러 나왔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았다가 이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특수를 기대하고 나왔다고 했다.

하루 종일 1만8000원밖에 벌지 못했다는 이씨는 "내일도 나와야 할텐데 사람이 너무 없어 걱정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수동 카페거리./사진=이창섭 기자


명동 뿐만 아니라 이날 홍대와 이태원 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오후 7시 항상 사람들로 붐볐던 홍대입구역 8번출구 앞에는 몇몇 커플들의 모습이 보인게 다였다.

이날 홍대 앞을 찾은 주윤정씨(18)는 "크리스마스 이브라 고민 끝에 밖으로 나왔다"며 "오늘처럼 휑하고 차분한 홍대는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씨는 "친구들도 대부분 집에만 있는다고 한다"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 아쉽다"고 밝혔다.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강남, 성수 거리에도 인파는 없었다. 성수에서 주차장 관리인으로 근무한지 5년이 된 김달수씨(67)는 "지나가는 사람의 평소의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쓰레기 봉지도 평소에 15개 나오던게 오늘은 하나 나왔다. 그정도로 사람이 없다"고 했다.



식당도 한산…"오늘 6시까지 손님 한팀 받았다"


홍대 거리./사진=이창섭 기자

음식점을 찾는 손님도 줄었다. 평소라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강남, 홍대 등지에서 자리가 있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날은 유명 맛집에도 절반가량 손님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크리스마스 이브 기분을 내기 위해 밥이라도 밖에서 먹겠다고 나온 박병준씨(50)는 홍대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이태원에서 30년째 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오성종씨는 "원래 크리스마스라면 매출이 평소보다 3~4배로 늘어난다"며 "그러나 이날 오후 6시까지 찾아온 손님은 한팀이 다였다"고 한탄했다.

오씨의 식당에는 종업원이 10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명도 남지 않았다. 오씨가 홀을, 오씨의 어머니가 주방을 맡고 있다.

그나마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오후 9시가 넘어 지하철 역에서였다. 식당이 문을 닫자 사람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사람 많은 곳 피해 숙박업소 찾은 연인들


이태원 거리./사진=김성진 기자
몇몇 연인들은 사람 많은 곳을 피해 숙박업소를 찾았다. 정부는 여행·관광이나 지역 간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조트, 호텔, 게스트하우스, 농어촌민박 등 숙박시설의 예약을 객실의 50%로 제한했다.

숙박업소의 크리스마스 1박 비용은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갈 곳이 없는 연인들로 인해 예약이 쉽지 않다. 실제로 이태원에서 만난 연인들은 모텔 방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했다.

김현중씨(31)는 23일부터 2일간 이태원의 호텔방을 예약하는데 성공했다. 가격은 1박에 30만원으로 비쌌지만 크리스마스에 연인과 데이트를 할 곳이 마땅찮았기 때문에 호텔을 선택했다.

김씨는 하루 종일 객실에 머물며 영화를 보는 등 시간을 보내고 저녁은 밖에서 사오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19 감염 걱정 없이 시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호텔을 예약했다"며 "평소 다니는 서울 거리인데, 이렇게 호텔을 예약하니 마치 여행지에 온 것 같은 익숙함 속 새로움이 재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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