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부정적인 사회

머니투데이 이성용 신한금융그룹 CDO  | 2020.12.22 01:38
어떤 문제든 2가지 방식의 접근이 있는데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첫 번째 접근은 긍정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집중해서 중요한 장애요인을 찾는 것이다. 또다른 접근은 "안 돼"로 시작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늘을 움직일 수 있는 확실한 이유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사실관계만큼이나 확실해야 하는 것이 생각의 구조인데 양쪽 모두를 위해 효과적으로 주장을 펼칠 수 있을 만큼 확실해질 때까지 주어진 과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한쪽 방법론만 적용하고 적대적인 환경에서 시작해 긍정적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힘겨운 투쟁을 벌여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부정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잘못한 게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더럽혀진 이미지와 대중의 감정으로 인해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언론도 여기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언론인들은 가짜뉴스와 싸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언론이 대놓고 싸우려고 하지 않는 진정한 숨겨진 갈등을 느낀다. 언론은 특정 이슈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켜 독자와 시청자로 하여금 호기심과 상상력을 만족시키고 끌어모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이 청중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로 귀결된다. 사람들과 기업들은 결론이 확실해지기도 전에 언론의 예단으로 고통받는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소문에 흥미를 느낀다. 그러나 정확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 언론은 근거 없는 데이터와 뉴스를 내보내는 것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도 없이 검증하지 못한 채로 언론이 이미 특정 이슈에 대해 태도를 정해버렸기 때문에 시작점이 정해져 버리는 것이다. 이는 진보 쪽 언론이든 보수 쪽 언론이든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문을 펼쳐 들고 어떤 주제에 대해 부정적 뉴스와 긍정적 뉴스를 표시해보라. 기사들이 긍정적인 뉴스보다 부정적인 정보로 채워져 있는 것을 금방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왜일까. 부정적인 뉴스가 잘 팔리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작가 경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약 10년 전 '한국을 버려라'란 제목으로 책을 썼는데 우리 사회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정의하기 위해 선정적인 제목을 선택했다. 그다음 해에는 '한국을 찾아라'란 책을 썼다. 이것은 사회적 문제들의 해법과 답변들에 중점을 둔 훨씬 긍정적인 기조의 책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두 책은 비슷한 수준이었음에도 먼저 쓴 책이 3배 정도 더 팔렸다. 당시 출판사는 내게 대중은 부정적인 것을 사랑한다고 했다.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매일 우리와 함께한다. 그것들은 재미있고, 연관 짓기 간단하며, 소문으로 떠들어대기에 상대적으로 더 쉽다. 그러나 우리는 매 순간 누군가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감당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에는 상당한 대가가 따르며 머지않아 우리 모두는 이 죄악에 대한 값을 치르게 된다. 발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 언론 또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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