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대기 중 사산하고 사망하고…의료체계 '붕괴' 직전 "아픈게 죄"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 2020.12.21 14:31
나흘 연속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지난 19일 병상 전체를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내놓은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에 병상이 공사를 위해 비닐에 덮여 있다. 박애병원은 지난 16일까지 외래진료 환자를 받고, 코로나19 중환자실 등 병실 공사를 본격화하기 위해 17일부터 모든 병원 문을 닫았다. 예정된 병실은 중환자실 10~18개, 일반 병상 70개 정도다. 중환자실이 더 필요할 경우 병원 내 신장실까지 중환실로 이용하겠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사진=뉴스1


코로나19(COVID-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 안팎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일선 병원들의 병상 등이 모자라 대혼란을 겪고 있다. 사실상 병원들이 마비 상태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병상을 대기하던 환자가 사망하고, 입원을 기다리다 아이를 유산한 산모도 나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사용가능한 중증 병상이 한때 '0개'로 바닥나 의료체계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사용 가능한 중증병상은 4개로 파악됐다. 이날 중으로 9개 중증 병상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0개에서 4개로 다소 숨통을 트였지만 여전히 고령층 확진 비율이 늘어나면서 마음을 놓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전국적으로도 병상 부족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서 2명, 부천 3명 등 병상 대기 중 사망…산모, 사산


21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놀이마루 운동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한 확진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만 현재까지 2명 발생했다. 122번째 사망자는 지난 12일 확진 판정 후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한 채 자택 대기하다 3일 후인 15일 숨졌다. 이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있었다.

60대 구로구민도 19일 확진 판정을 받고 건강이 악화돼 확진 판정을 받은 날 늦은 밤 사망했다.

부천에서는 십여명이 병상 대기 중 숨을 거뒀다.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중인 경기 부천시 사동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 병상 대기중이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진자 3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부천에서만 총 13명이 병상 대기 중 숨을 거둔 것이다.

특히, 경기도에 사는 한 임산부는 고열로 분만실 입장이 거부됐다. 이후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아이를 사산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병상 부족하니 중증환자 전환으로 퇴실 요청…아기 화상 입었는데 입원 거부


화상 입었다고 올라온 아이 사진./자료=보배드림 캡쳐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발생했다.

수도권 공공병원 병상 일부를 코로나19 중증환자용으로 바꾸면서 원래 일반 환자들이 병상을 비워야 하는 경우가 생긴 것.

이에 따라 경찰병원에서는 5일안에 다른 병원으로 가거나 중증이 아닌 경우 빠르게 병상을 비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지난 15일 '도와주세요. 애가 화상을 입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코로나19 접촉자라는 이유로 10개월 된 아이가 화상을 입었는데도 입원이 거부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 밀접접촉자라는 게시자는 "이날 오후 아이가 라면을 쏟아 화상을 입었다"면서 "하지만 밀접접촉자라는 이유로 응급조치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2도 화상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자가격리 중이라 아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 외래라도 알아보는데 아무도 안 받아준다"고 호소하며 아이의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후 자신을 외과 전문의라고 소개한 한 회원이 "퇴근 후 찾아뵙고 치료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었다.

이틀날인 지난 16일 글쓴이는 다시 글을 올려 "성남 분당구에서 화상전문병원 원장님께서 오셔서 보건소 직원분들과 함께 아이 상처를 치료해주셨다.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다"며 "구로성심병원 전문의분도 따로 연락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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