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간 대북전단법 논란 따져보니…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20.12.18 18:53

[the300]

[서울=뉴시스]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월 31일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 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20.06.01. photo@newsis.com

미국 정치권 일각을 중심으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이하 대북전단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법안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 설명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애초 이 법이 가져올 파장을 우리 정부가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꼭 필요한 법이라면 인권문제에 민감한 미국 등 국제사회를 상대로 법 취지 등을 충분히 설명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미 의회 일각 비판 여론…왜?


대북전단법 통과에 대한 미국 내 비판적 분위기가 현지 언론 보도 등으로 연일 부각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주 방한 당시 대북전단법에 대한 우려를 우리 측에 전달했다는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조시 로긴의 칼럼, 전날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논평 등이 대표적이다. 미 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미 공화당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이 법 통과 전인 지난 11일 성명에서 대북전단법을 비판하며 법 통과시 관련한 청문회를 열 것이라 예고한 상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북전단법이 언론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을 저해할 것이라 우려한다. 대북전단법이 북한 주민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는 행위를 범죄화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한국 정부는 통일부 설명자료를 통해 “표현의 자유도 헌법상 권리이나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안전이라는 생명권에 우선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전단살포가 북한인권을 개선한다는 증거는 없다”며 “오히려 북한 당국의 사회통제 강화로 북측에 남아있는 탈북민 가족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북측 주민 인권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만 야기한다”고 반박한다.

강경화 장관도 전날 CNN과 인터뷰에서 같은 입장을 반복해 설명했다. 국민보호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 가치가 충돌할 때 전자를 우위에 둘 수 있으며 접경지역에서의 전단살포가 북한 주민 인권 증진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논리다.

그러나 애초 대북전단법 추진 과정에서 이 법안이 국제사회에 불러올 영향을 우리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내에선 ‘북한 문제’를 ‘북한 인권문제’로 보는 시각이 다수이고 접경지역 상황 등 남북관계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이 법의 배경을 충분히 알리는 게 필요했다는 얘기다.

현재 외교부가 주미대사관을 중심으로 미국 측에 이 법안을 설명하고 있으나, 제정 과정부터 해당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DC 사정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심각성과 미국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번 논란은 우리가 미국을 모르고 미국이 우리를 얼마나 모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미국에선 이 법이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한국 정부가 제약하는 법으로 보일 수 있고 사전에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한 대외적 설명을 더 했다면 좋았으리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Tomas Ojea Quintana) 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방한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1.11. 20hwan@newsis.com




바이든 정부 직접 영향 줄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서는 대북전단법에 대한 미국 내 비판여론이 조 바이든 정부의 기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한다. 다른 국가가 제정한 법에 논평을 하는 게 관례상 맞기 않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출범해도 정부 공식 입장으로 이 법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미 국무부도 이 법안에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이 법안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 역시 지금으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우선순위를 볼 때 대북전단법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워싱턴 정가에서 대북전단법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다음달 중순 개최가 유력한 토니 블링큰 미 국무장관 내정자에 대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가 언급되는 등의 방식이다. 이 경우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전략과 별도로 미국 내 논의의 무게가 북한 인권 문제로 옮겨갈 수 있다.

서정건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바이든 정부 출범 전까지 우리 정부의 노력과 관련해 "왜 법안을 통과시켰어야 했는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고 한국 주민들의 재산과 안전보호가 취지라는 점을 설명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주=뉴스1) 이승배 기자 = 북한이 대남 전단(삐라) 살포 준비, 대남 확성기 재설치를 하는 등 남북관계 긴장감이 감도는 22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에 인공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2020.6.22/뉴스1




대북전단, 효용성 떨어져 지적도


아울러 국내적으로도 대북정책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야당 등에서 이 법을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하는데 정부는 "왜곡"이라 반박한다. 대북전단을 막기 위한 법 제정 노력이 2008년부터 있었다는 점 등이 이유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6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비난 담화 이후 실제 법 추진에 속도를 냈다는 점에서 보다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북한 인권 증진에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이 법이 비판받는 두 축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북한 인권 개선 노력 저해 가능성인데 이 중 북한 인권 문제의 경우 그동안 정부 여당 주도의 공론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울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에서 이 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더 키웠을 수 있다는 의미다. 로긴 칼럼니스트가 이 법 통과를 '김정은 위원장을 달래기 위해 언론의 자유와 인권을 희생시킨 것'이라 한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다.

다만 북한 인권 문제를 현실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한 효용성의 측면에서 접경지역 전단살포에 대한 문제제기는 인권단체 등에서도 제기돼 왔다. 칼 거쉬만 민주주의기금(NED) 회장은 지난 6월 미국의소리와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정보유입 방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지난 15일 트위터에 대북전단 금지가 ”옳은 일“이라며 ”전단 때문에 전쟁할 가치가 있는가”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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