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갈 시간도 없는 난 왜 간호사일까…당신들이 너무 밉다"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 2020.12.18 11:31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째 1000명대를 이어가면서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한 간호사가 남긴 글이 화제다.

지난 15일 한 간호사 커뮤니티 '너스케입' 익명 게시판에는 '생리대 한 장으로 버티기. 나는 왜 간호사일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너무 추워서 발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은 오늘도 코로나 검사를 위해 레벨디(D·방호복)를 입어야 한다"며 "패딩을 입은 채 '왜 사람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냐'고 말하는 당신들에게는 레벨디 안 반팔, 글러브 안 얼어붙은 제 손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호텔 수영장에 어린애들 데리고 놀러 갔다가, 호텔 피트니스에서 운동하다가 확진자랑 동선 겹친 사실을 알고 무서워서 검사받으러 오는 분들…"이라며 "오늘 당신들이 너무 밉고 힘들더이다. 나이팅게일 선서 외칠 때 평생 의롭게 살라 해서 노력하는데 당신들은 나를 힘들게 한다"고 쓴소리 했다.

그러면서 "강제 차출돼 먹고 살기 위해 이 추위에 검사하는 나는 지난날의 진로 선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며 "생리하는 날에는 너무 힘들었다. 약을 억지로 입에 넣고 두꺼운 위생 팬티에 가장 두꺼운 기저귀까지 깔고 검사를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리는 계속 후들거리고 추위는 계속되고 생리혈은 계속 흐리고. 생리대 하나 갈 시간이 없어 오늘 근무 중 패드 한 장으로 버텼다"며 "결국 바지는 버려졌다. 퇴근 후 집에 와서 롱패딩 안에 감춰진 붉은 자국을 보니 다 놓아버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을 돌보며 손난로를 쥐고 언 손을 녹이고 있다./사진=뉴스1

글쓴이는 "당신들은 참 좋겠다. 어차피 남의 일이니까"라며 "당신이 그 순간을 즐기고 난 이후의 일은 오롯이 제 책임이다. 좋은 시간 보내고 싶을 것이다. 그럼 그 시간 보내고 책임도 본인 혼자 지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끝으로 "내일도 기저귀를 차고, 갈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여분의 생리대를 챙겨갈 것"이라고 덧붙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글은 18일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며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의료진들 너무 고생이 많다. 눈물 난다"며 "사람들아. 제발 그만 좀 돌아다녀라. 놀다가 코로나 걸렸을 때 치료비 등 전부 자가부담 시킨다고 해야만 집에 있을 거냐. 사고 치는 놈 따로, 수습하는 놈 따로 있냐"고 일침을 가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마음 아프다. 오늘 검사받았는데 핫팩 하나 들고 일하는 분들 보니 안쓰럽더라", "레벨디 입고 생리하면 정말 힘들 거다. 화장실 가는 것도 불편하고 시간도 없어서 물도 못 마신다", "이기적인 사람들은 이 글 보고 자중해라", "의료진들께 감사한 마음뿐", "고통과 원망, 고된 삶이 다 느껴진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공감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한편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062명, 누적 확진자가 4만7515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수는 사흘째 1000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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