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프랑스에 위치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유럽비즈니스센터가 진행한 '2021 유럽 콘텐츠산업 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프랑스 대형 출판사 뒤피(DUPUIS)의 스테판 페랑 편집장과 뒤피가 설립한 웹툰플랫폼 웹툰팩토리(Webtoon Factory)의 세드릭 로베르 본부장은 유럽 미디어 웹툰 시장을 조명하며 한국 웹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1세기 글로벌 만화산업의 주류가 된 웹툰시장을 한국이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19(COVID-19)로 국내 산업 전반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지만 언택트(Untact·비대면)를 바탕으로 한 K-콘텐츠는 오히려 두각을 드러낸다. BTS로 대표되는 K-팝과 '킹덤' 등 넷플릭스를 타고 날아오른 영화·드라마에 이어 어린이 콘텐츠로 여겨졌던 K-웹툰이 '집콕' 중인 전 세계인을 사로잡으며 신(新) 한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일본, 미국 등 전통적인 만화시장 뿐 아니라 유럽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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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웹툰, 세계 만화시장 재편 시작━
디지털 만화는 곧 웹툰으로 통한다.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세로 스크롤 형식과 한 회당 2~4분 정도의 짧은 분량과 긴 연재, 다양한 장르를 총망라한 스토리텔링으로 21세기 만화라는 평가다. 이런 웹툰을 이끄는 중심축이 바로 한국이다. 디지털 만화를 일컫는 웹툰이란 용어부터 관련 시스템 등이 모두 한국에서 나왔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플랫폼과 시간·장소에 관계 없이 소비 가능한 한국형 '스낵컬처'의 대표 콘텐츠란 점에서 2030 MZ(밀레니얼+제트)세대는 물론 4050 중·장년층까지 사로잡았다. 이미 국내 웹툰은 글로벌 디지털 만화시장까지 재편하고 있다. 국내 대표 웹툰 플랫폼 네이버가 2014년 미국을 시작으로 100여 개국에서 시장을 휩쓸며 글로벌 1위 플랫폼이 됐다. 네이버 '라인 망가'와 카카오 '픽코마'는 만하의 고장 일본 시장을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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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고집하는 유럽도 K-웹툰은 "OK"━
실제 종이 기반의 만화 문화에 익숙한 프랑스에서도 102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웹툰 문화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100년 가까운 역사로 프랑스와 벨기에 만화·출판산업의 얼굴 중 하나인 뒤피가 2년 전 '웹툰 팩토리'를 만들어 웹툰에 뛰어든 것이 이를 반증한다. 스테판 페랑 뒤피 편집장은 "스마트폰에 맞춰 만들어진 형식이 만화산업 혁신의 열쇠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만화 플랫폼을 구축한 뤽 부르시에 이즈네오(IZNEO) 대표도 "웹툰은 밀레니얼 세대 정서와 문화에 잘 맞는다"며 "아직 유럽이 디지털화에 뒤처진 상황에서도 올해 자체 이용자 소비 비중을 조사해보니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9%에서도 올해 30%로 크게 높아지는 등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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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이 유럽에서 통하는 이유━
특히 한국 웹툰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매력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유럽 웹툰산업 전문가들은 이날 세미나에서 공통적으로 한국 웹툰의 참신한 스토리텔링 기법과 로맨스 장르를 높이 평가했다. 어린이·남성에 맞춰져 있던 시장을 여성, 청년층까지 확대했단 것이다. 직접 한국에서 웹툰을 배우고 돌아간 프랑스 웹툰 작가 라파엘 막스는 "프랑스에서 만화는 대부분 남성 독자를 위해 만들었는데 한국 웹툰은 사회활동을 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로맨스 장르가 마치 드라마를 연상케할 만큼 질적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뤽 부르시에 이즈네오 대표는 "한국 웹툰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새 기술에 적응해 나가는 동시에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최근 5년 간 한국 웹툰 시장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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