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전문위원 보고서의 진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 2020.12.16 17:25

[선임기자가 판다]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의 두 눈으로 본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의 양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점검한 전문심리위원 보고서의 해석을 두고 공방이 한창이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사진=머니투데이 DB
특검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고발참여)는 "거의 모든 것이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 변호인단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삼성물산 합병 관련 안진회계법인 변호)은 "대부분이 긍정적"이라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3명의 전문심리위원 중 객관적 인물로 꼽히는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가 지명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의 의견이 캐스팅보트가 된 상황이다. 특히 강 전 재판관이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특검 측 입장만을 대변하는 해석이 보도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위원들 어떻게 평가했나=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평가한 전문심리위원 3인은 지난 14일 재판부에 총 83페이지짜리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계열사 준법감시조직의 실효성 △위법행위 예방 및 감시 시스템 △위법행위에 대한 사후조치의 실효성 △사업지원TF 관련 등에 대해 각자 의견을 담았다.

홍 회계사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점검 사항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김 변호사는 긍정적 견해를 담은 상황이다. 강 변호사는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의 지속가능성 등 3개 항목 18개 세부 평가를 하고 지난 7일 8차 공판에서 '중립적'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당시 9일까지 최종보고서 내도록 요청했다. 그런데 16일 일부 언론을 통해 '중립적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도 18개 평가항목 중 14개 항목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불을 지폈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특검의 의도에 부합하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라고 의심한다.

특검 측 주장에 무게를 싣는 쪽은 14개의 부정적 평가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강 전 헌법재판관의 보고서 평가 내용은 긍정적 평가가 10개, 부정적 평가가 6개, 중립이 2개다.


◇강 전 헌법재판관의 10가지 긍정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평가에서 강 전 재판관은 △관계사와 협약 미가입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증권도 준법감시조직의 위상·독립성을 강화하고 인력 보강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내·외부 제보시스템 강화, 제보 증가 △준법감시제도 강화, 준법감시조직의 활발한 활동에 따라 회사 내 조직을 이용한 위법행위는 과거에 비해 어려워진 게 분명하다고 좋게 평가했다. 준법감시위 출범으로 내부 준법감시조직과 유기적 연계해 적극적 활동함으로써 내부 조직의 한계를 보완했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 평가에서도 △관계사와 최고경영진에 대한 폭넓은 준법감시 활동 및 통제 업무가 이뤄지고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이라는 의제를 선정하고 최고경영진에 개선방안을 권고하는 한편 △내부 조직이 하기 어려운 최고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에 관여한 임원 직무배제를 권고하는 등 위원회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준법감시위원회가 내부 조직이 하기 어려운 최고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 등 종전보다 강화된 준법감시활동 수행했다는 것이다.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의 지속 평가에선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제도는 법령 개정 없는 한 지속되고 △재판부 권고로 준법감시위가 구성되고 내부 준법감시조직이 강화된 것은 긍정적 변화라고 10가지 점검 사항에 긍정적인 점수를 매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6가지 부정평가=점검항목 중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평가에선 기존 준법감시제도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승계 관련 뇌물 등 위법 행위가 발생한 점은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또 △새로운 유형의 위험 정의, 선제적 위험 예방 및 감시활동 등에 대해선 삼성 측이 보스톤컨설팅그룹(BCG)에 지속가능한 준법경영체제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다고 부정 평가했다.

준법감시위의 합병·증거인멸 사건과 관련한 사실조사 미실시와 고발 임원에 대한 소극적 조치를 했다는 이유로 부정평가 항목에 포함시켰다. 이 경우는 준법감시위 설립취지가 과거 사건이 아닌 미래의 불법을 감시한다는 측면에서 업무범위를 벗어난 사안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부정평가를 했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 평가부분에선 △새로운 유형 위험 정의와 이에 대비한 감시·감독 체제 구축 미비와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험의 유형별 정의, 선제적 대응 체제 구축 지연, 진행 중인 형사사건에 대한 소극적 대처 △준법감시위 권고 미이행시 제도적 강제 방안이 없다는 점을 부정적 평가요인으로 꼽았다.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의 지속 평가 부분에선 부정적 평가가 없었다.

◇중립 평가 2가지=중립 의견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경우다.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평가에선 △사건 발생 이전에 이미 관계 법령에서 정한 준법감시제도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립을,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의 지속 평가에선 준법감시위 존속 여부는 관계사 의사에 달려있어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긍정과 부정, 무엇이 다른가=이번 보고서는 평가항목에 구체적으로 긍정(O)이나 부정(X)으로 표기한 것이 아니라 서술형 평가를 담아 '이런 부분은 좋으나 이런 부분은 미비하다'든지, '이 부분이 미비하지만, 이 부분은 개선된 점'이라는 식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많다.

일례로 7개 관계사 임의탈퇴 가능성 평가에서 특검 측은 '탈퇴 막을 규정 없음'으로 강 전 헌법재판관의 견해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변호인 측은 준법감시위 존속 여부는 관계사 의사에 달려있다고 중립적으로 평가했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에 대해 “회사 내 준법문화 향상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위법행위 등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험을 정의하고, 그에 따른 평가 및 점검 항목을 정하는 작업은 하지 않았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이 경우도 전반부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부정적 평가를 했다고 보는 것 등이 있다.

결국은 강 전 재판관의 견해는 어느 쪽 진영논리로 그 문장을 해석하기에 앞서 그의 전체 판단에 중심을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이며, 문맥상으로는 크게 개선되고 긍정적 변화가 있다는 데 무게 중심이 쏠린다. 재계는 재판부가 이를 기반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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