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장벽' 넘은 김종인 "역사와 국민앞 큰죄 지었다" 사과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서진욱 기자 | 2020.12.16 05:30

[the300](종합)

4년만 대국민사과, 김종인 "역사와 국민앞 큰죄 지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14/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등에 "저희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지었다.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4년여를 맞아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가 나왔다. 당내 일각에서 사과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김 위원장은 강행했다.

김 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된 상태"라며 "저는 오늘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할 사죄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을 잘 보필하라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 못했고 오히려 자리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고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되지 못하고 분열했다"며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며 "특정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공직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보면 헌정사 모든 대통령이 불행한 일을 겪었다"며 "줄줄이 감옥에 가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우리나라 어떤 대통령도 온전하게 마무리를 못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언제나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아울러 정당 정치 양대 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함께 무너진다는 각오로 국민의힘은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민생과 경제에 대한 한층 진지한 고민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은 사죄 말씀이 국민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온전히 풀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고개 숙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날 사과는 국회 일정 탓에 당초 검토됐던 이달 9일보다 다소 늦게 나왔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료하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쟁점법안들을 모두 강행 처리한 직후로 사과 시점을 잡았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입법독주'에 맞선 야당의 '대국민사과'라는 극적 대비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만한 여당과 국민 앞에 고개 숙인 야당이라는 프레임(구도)으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이어지는 2022년 대선을 치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문]김종인 대국민 사과 "MB·朴 잘못은 곧 집권당 잘못"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위와 과오에 대해 "저희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며 대국민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15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기도 하다"며 "당시 집권여당으로서 그런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탄핵 이후 우리 정치가 성숙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화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하는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며 사과를 드린다"며 "정당 정치의 양대 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각오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다. 저는 오늘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공공 영역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게 된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 잘못이기도 하다. 저희 당은 당시 집권여당으로서 그런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었다.

대통령을 잘 보필하라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못했고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되지 못하고 분열했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국민들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했다. 그런 구태의연함에 국민 여러분이 느끼셨을 커다른 실망감에 대해서도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아울러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성숙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화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하는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를 드린다.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공직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증상도 있다. 국민과의 약속은 저버렸다.

다시 우리의 역사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쌓여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으로 거듭 나겠다. 역사적으로 보면 헌정사의 모든 대통령이 불행한 일을 겪었다. 외국으로 쫓겨가거나 측근의 총탄에 맞거나 포승줄에 묶여 법정에 서거나 일가친척이 줄줄이 감옥이 가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듯 우리나라 어떤 대통령도 온전하게 마무리 못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돼 있다. 국가적으로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모든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도 오늘 이 기회를 빌려 반성하고 사죄하며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제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희 당에 준엄한 심판의 회초리 들어주셨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고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다. 아울러 정당정치의 양대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함께 무너진다는 각오로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민생과 경제에 대한 한층 진지한 고민을 하고 준비하겠다.

이 작은 사과의 말씀이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맺혀있는 오랜 응어리를 풀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고개 숙인다. 저희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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