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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사업축 사장·부사장 전진배치━
정 회장은 최근 수정된 '현대차 2025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에 국한된 내용이지만 관련 업계는 주력인 현대차의 미래전략에서 그의 구상의 얼개를 본다.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디바이스, 모빌리티 서비스, 수소연료전지를 3대 축으로 삼았다.
이번 인사도 이 3대 축의 밑그림을 따라 이뤄졌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원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담당 이규오 부사장과 수소사업을 총괄하는 연료전지사업부장 김세훈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로봇개발을 주도해온 로보틱스랩 현동진 실장도 상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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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은 없다..무한경쟁 예고━
그러면서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리를 지키며 완급을 조절했다. '정의선 시대'가 열렸지만 과거와의 단절보단 계승을 통한 진보에 무게를 둔 것이다.
부회장 두 자리가 비었다고 곧바로 자리를 채우지는 않았다. 대신 부회장 자리에 대해선 수시 인사를 예고했다. 사장단 간 무한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기존 이원희·하언태 사장에 이어 신임 장재훈 사장을 더했다. 정 회장과 함께 4인 대표체제를 구성한다. 현대모비스는 조성환 사장, 현대건설은 윤영준 사장, 현대위아엔 정재욱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모두 해당 분야 전문가다. 앞으로 부회장 자리를 놓고도 다시 레이스를 펼친다.
장 사장은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를 담당해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경영지원본부를 맡아 조직 문화 혁신 등을 주도했다. 전사 차원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적임자로 꼽힌다.
조 사장은 현대모비스 R&D 및 전장BU를 담당해 왔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 현대오트론 대표이사 등의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현대모비스의 미래 신기술·신사업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사장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에서 발탁됐다. 주택사업 브랜드 고급화 및 주요 대형 수주사업에서의 주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했으며, 핵심 경쟁력 확보 및 조직문화 혁신 추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욱 사장은 현대위아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및 경쟁력 제고를 추진한다. 30년 이상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부품개발 부문을 경험한 부품개발 전문가다.
한편 김용환 부회장과 정진행 부회장 등은 후배들을 위해 길을 비켜준다. 현대차그룹은 이들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등도 함께 고문으로 임명됐다.
김 전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전략통이다. 그룹 전체 계열사를 모두 조율하는 콘트롤타워 격인 기획조정실 사장을 거쳐 부회장에 올랐었다. 현대건설 인수, 옛 한국전력 부지 인수 등 굵직한 업무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그룹의 산 증인이다.
정 전 부회장도 그룹 역사에 한 획을 긋고 명예롭게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 전 부회장은 현대차 대관그룹의 상징으로 폭넓은 정재계 인맥을 바탕으로 전략기획 담당 사장을 오래 역임했다. 부회장 승진과 함께 현대건설로 이동했다가 이번에 후배들에게 길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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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상무 대거 발탁, 여성임원 5명 신규임명━
모두 40대 젊은 인대로 각 사업영역에서 발군의 성과를 인정받은 이들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정의선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의 지시로 임원 미만 직급을 통합하는 등 연공을 떠난 성과중심 조직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번 인사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여성 임원도 5명을 새로 임명했다. 현대차 브랜드커뮤니케이션1팀장 김주미 책임매니저, 기아차 북미권역경영지원팀장 허현숙 책임매니저, 현대커머셜 CDF실장 박민숙 시니어매니저, 현대건설 플랜트영업기획팀장 최문정 책임매니저, 현대건설 현장소장 박인주 책임매니저가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미래 사업 비전을 가속화하는 역량 확보에 초점을 둔 인사”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기 위한 조직 정비가 완료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앞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미국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오트론·현대엠엔소프트를 흡수합병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 반도체사업부를 인수했다. 사업구조 재편을 가속화한것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등 핵심 계열사의 미래사업 강화를 통해 정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 지배구조상 대주주의 지분 보유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권순우 SK증권 애널리스트도 "자동차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른 그룹사간 사업구조 합리화와 계열사간 역할 분담을 구체화하면서 신규로 투자하는 활동은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대주주의 지분 투자와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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