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원내대표의 발언시간은 26분16초. 필리버스터에 나선 21명의 의원 중 발언 시간이 가장 짧았다. 본인의 의도가 아니었다. 앞선 차례였던 이재정 민주당 의원의 발언시간이 길어지면서 주 원내대표는 자칫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할 뻔했다.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이 협상력을 발휘해 주 원내대표에게 기회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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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원내대표의 '26분 필리버스터' 막전막후━
지난 13일 밤부터 시작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태 의원은 날을 넘기며 10시간2분 동안 무제한토론을 이어갔다. 이어 송영길 민주당 의원(4시간4분),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4시간34분) 순서로 단상에 올랐다.
다음 순번인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13일 오후 3시35분 무제한토론을 시작했다. 국회가 예고한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 표결 시간은 오후 8시55분. 국민의힘은 이 의원에 이어 차례가 올 것으로 봤다. 주 원내대표는 저녁 시간 무렵 본회의장을 찾아 필리버스터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발언시간이 점차 길어졌다. 마음이 급해진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박 의장을 찾아왔다. 그는 주 원내대표의 발언시간을 2~3시간 보장해달라고 했다. 박 의장은 "여야 교섭단체 협의를 했냐"고 물었다. 교섭단체 협의는 없었다.
박 의장은 이 의원에게 양해를 구한다는 전제로 주 원내대표의 발언시간을 15~30분 정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박 의장은 민주당에 30분 정도의 발언시간을 보장하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원칙이 무너진다"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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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의장의 중재 "야당에게 마무리할 기회는 줘야"━
박 의장이 이 의원의 필리버스터 동안 양당의 원내대표를 호출한 횟수만 3번이었다. 최종 결론은 주 원내대표의 30분 발언시간 보장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상의해 확답을 받았다. 주 원내대표도 발언시간을 30분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장은 긴박하게 흘러갔던 당시 상황에서 "야당에게도 마무리할 기회는 주는 게 맞지 않냐"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장의 중재가 아니었다면 양당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될 뻔도 했다.
그렇게 주 원내대표가 발언대에 섰다. 그는 "야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에 발언시간 30분을 얻는 데 이렇게 힘들어서야 필리버스터를 할지 말지 참으로 참담스럽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약속한대로 30분을 넘기지 않고 발언대에서 내려왔다.
곧바로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 표결이 이뤄졌고, 찬성 187표로 필리버스터 정국은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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