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 반전은 없다…"내년까지 20% 더 떨어질 것"

머니투데이 유선일 기자, 한고은 기자, 윤세미 기자 | 2020.12.15 06:00

[MT리포트]달러가치 1000원 시대(下)

편집자주 | 원화 가치가 2년6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위안화나 엔화 가치보다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기업들은 수출을 해도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국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운 환리스크와 외환 당국의 대응을 점검한다.



구두개입에도 가파른 환율 하락…"필요시 안정 조치"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0.12.08. photo@newsis.com

“과도한 환율 변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안정을 위해 언제든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

지난달 1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겸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 말미에 “안건과 별개로 한 말씀 덧붙이겠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지난달 16일 이미 외환당국 구두개입이 있었음에도 사흘 만에 홍 부총리가 다시 나선 것은 그만큼 환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 발언 영향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1.8원 오른 1115.6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튿날 환율은 1114.3원으로 다시 내려갔고, 12월 3일에는 수출 기업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100원대마저 무너져 1097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금과 같은 환율의 ‘급격한’ ‘한 방향 쏠림’이 시장 불안을 초래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특히 환율 하락으로 한국 수출기업 채산성이 악화되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는 것이 걱정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어려워진 수출이 최근에서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환율 하락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경영 애로로 ‘환율’을 꼽은 제조업 기업 비중은 10월 6.2%에서 11월 7.7%로 높아졌다.

정부는 긴장감 속에서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율은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이지만, 급격한 변동으로 경제주체 적응이 어렵거나 심리적 쏠림이 있을 때에는 필요 범위에서 안정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100.8원)보다 0.7원 내린 1100.1원에 개장한 12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 중 1100원이 무너진 원·달러 환율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0.12.03. dadazon@newsis.com

문제는 정부 대응 수단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환율 대응은 우선 홍 부총리 발언과 같은 간접개입(구두개입)이 있는데, 해당 사례에서 확인됐듯 단기적 영향은 미칠 수 있어도 추세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

‘환율조작국’ 이슈가 계속되고 있어 정부가 직접개입(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수·매도)에 나설 수도 없다. 미국은 종합무역법·교역촉진법에 근거해 모니터링 대상 국가가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투자·조달계약 등에서 불이익을 준다. 미국은 지난 1월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3가지 기준 가운데 2개를 충족했다며 기존 ‘관찰대상국’ 분류를 유지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제 악영향 최소화를 위해 지금보다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변동환율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정부가 환율에 많이 개입해서는 안 되고, 잘못하면 환율조작국 관련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정부 대응이 너무 소극적인 모습도 있다”며 “구두개입뿐 아니라, 환율을 안정화한다는 차원의 미세조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넘치는 달러, 백신이 거둬들일 수 있을까…2014년 사례 보니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100억달러 가량 급증하면서 6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2020.12.03. radiohead@newsis.com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가치의 사이클이 6년에 한 번씩 출렁인다는 '6년 주기설'이 주목받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2008년, 2014년, 2020년 이렇게 6년 마다 변곡점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름 붙여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달러약세를 촉발했고, 2014년에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달러화가 강세 전환했다. 2020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의 제로금리 정책, 여기에 막대한 규모의 재정정책이 가세하며 달러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이렇듯 달러화 가치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힘은 미국의 통화정책이다.

달러인덱스 추이.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달러화를 얼마나 풀지 결정하는 미국 통화정책이 달러화가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이는 미국 M2 증가율과 달러인덱스 간 역의 관계에서 바로 드러난다"며 "지금은 연준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고, 바이든 행정부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쓰겠다는 계획이라 달러는 더 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미국의 M2 증가율(전년동월대비 기준)을 보면 2월 6.8%에서 지난 9월에는 24.1%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5.8%→10.2%), 엔화(3.0%→9.0%) M2 증가율에 비해 달러 풀리는 속도가 압도적이다. 지난 11월말 기준 미국 M2 증가율은 25.1%로 더 높아졌다. 이렇게 풀린 달러가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고 경제지표가 양호한 중국, 한국 등으로 몰리면서 신흥국 통화가치는 고공행진이다.

전문가들은 달러약세 기조가 최소 몇 년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코로나19 백신이 변수가 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신 상용화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는 경우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즉 풀렸던 돈을 회수하는 시기가 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경제성장률(전기대비 연율 기준)은 2014년 1분기 마이너스(-) 2%대에서 2분기 4%대로 크게 반등하는 'GDP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유로존, 일본, 중국 등 여타 지역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나온 미국의 '나홀로 성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에 불을 당겼다.

2014년 4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가 시작되고, 연준 위원들의 금리인상 관련 발언들이 나오면서 2014년 중반부터 달러인덱스가 치솟기 시작했다. 연준은 2015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에 이른다. 2014년 7월 1008.5원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점차 상승하기 시작했고, 2016년 2월 1200원대로 올라섰다.

미 연준은 우선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하게 극복될 때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근 미 상원 증언에서 "연준은 이번 위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경제회복 지원을 위해 필요한 모든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위험 때문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신과 관련해서는 "백신개발 뉴스는 중기적으로 매우 긍정적이나 현재로서는 시기, 생산 및 유통, 효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백신이 가져올 경제적 영향에 대해 평가하는것은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일각에서는 백신으로 미국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면 달러약세 기조에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나오고 있지만, 최소한 연준이 현재의 제로금리를 끌고 가겠다는 2023년까지는 달러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라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바이든 시대, 약달러 시대 개막일까


달러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월가에선 이런 흐름이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글로벌 경제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기불안기에 강세를 보이는 달러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부양책과 조 바이든 시대 재정부양책으로 달러 공급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를 내리찍는 배경이다.


사진=AFP


◇바이든, 약달러 시대 열까

달러값은 최근 2년 반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6개 글로벌 통화 대비 달러값을 산정하는 달러지수는 한국시간 14일 오후 2시 현재 전일비 0.18% 떨어진 90.764를 가리키고 있다. 2018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연초에 비해서는 5% 넘게 떨어졌고, 3월 고점에 비해서는 10% 넘게 미끄러졌다. 이렇게 빠르게 달러가 내린 건 2017년이 마지막이다.

전문가들의 가파른 달러 약세의 배경으로 △글로벌 경제회복 기대감 △연준의 수용적 통화정책 △바이든 시대 개막 등 크게 3가지를 꼽는다고 CNN비즈니스는 최근 분석했다.

안전자산인 달러는 세계 경제가 호조를 보일 때 하락하는 경향이 짙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기회복이 머지않았다는 투자자들의 베팅으로 달러가 내리막을 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준이 미국의 확실한 경기회복을 확인할 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도 달러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이는 경제회복 기대감을 부채질하고 투자자들로 하여금 보다 높은 금리를 찾아 미국 밖으로 눈을 돌리게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시대 과감한 재정부양책 기대감 역시 달러 공급과 경기회복 전망를 키우면서 달러에 하방압력을 가한다. 더구나 '수퍼 비둘기'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바이든 정권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약달러 관측은 더 짙어졌다.

바이든 취임 후 글로벌 무역갈등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 약세에 힘을 보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달러를 강하게 옹호했지만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경기 불안감이 번지고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는 되레 강세를 띠었다.

◇달러 약세 효과는?

CNN비즈니스는 달러 약세가 미국 경제에 반드시 나쁜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경기회복과 무역적자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신흥시장의 경우에도 약달러 땐 달러빚 상환 부담이 줄고 현지 주식과 채권 시장으로 외자가 몰려들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브라질, 멕시코 같은 원자재 수출국은 약달러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가 기대된다.

그러나 한국, 중국, 일본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국들은 달러 하락을 마냥 반기기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자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또 통화의 지속적인 절상은 투기 자금 유입을 유도해 자산 거품을 일으키고 추후 갑작스러운 외자 유출로 시장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급격한 통화 절상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개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또 중국, 한국, 일본, 독일, 말레이시아, 스위스, 베트남 등은 미국의 환율관찰 대상국이라 미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씨티그룹의 리우 우리강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를 통해 "내년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끊임없는 자본 유입이 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위안화 절상은 중국 거시경제에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위안·달러 환율이 10% 더 떨어져 6위안을 가리킬 수 있다고 봤다.

◇달러 하락은 기정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달러 약세 흐름이 반전되기 어렵다고 본다.

씨티그룹은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약달러 표시등이 전부 켜졌다면서 달러가 내년에 20%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과감한 전망을 내놓았다. ING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투자노트에서 "연준이 미국 경제가 뜨거워지는 것을 용인하면서 2021년까지 달러가 5~10%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조나스 골터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하락과 증시 상승의 상관관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면서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미국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이 강화돼 강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오바마까지 강한 달러는 미국 경제의 힘을 반영한다며 줄곧 강달러 정책을 고수했었다.

오바마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달 초 차기 재무장관을 향한 공개서한을 통해 "과거 강달러 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으로 달러를 절하하거나 환율에 무관심한 접근법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도이체방크는 안정적인 금융시장을 위해 달러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옐런 차기 장관이 서머스의 권고를 대부분 따를 것으로 점쳤다.

마이크 돌란 칼럼니스트는 지난달 로이터 기고를 통해 옐런 의장이 연준을 이끌었던 4년 동안 무역가중치 달러지수가 15% 올랐다며, 달러가 급격히 떨어진다면 옐런 재무부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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