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18을 저주한다" 철학자가 비판하고 나선 이유는…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20.12.11 21:41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맨 왼쪽) /사진=뉴시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5·18역사왜곡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최 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이 독단적으로 관련 법을 처리한 일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교수는 글에서 "지금 나는 5.18을 저주하고, 5.18을 모욕한다"며 "지금 5.18을 그때 5.18의 슬픈 눈으로 왜곡하고 폄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남로, 전일빌딩, 전남도청, 카톨릭쎈타, 너릿재의 5.18은 죽었다"며 "자유의 5.18은 끝났다.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꿈에도 몰랐다. 나는 속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꼬집듯 "5.18아 배불리 먹고 최소 20년은 권세를 누리거라"며 "민주고 자유고 다 헛소리가 되었다. 5.18 너만 홀로 더욱 빛나거라"고 밝혔다.

5.18역사왜곡처벌법은 5·18민주화운동을 악의적으로 부인하거나 비방, 왜곡, 날조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무는 처벌조항을 담고 있다.

또 5·18 당시 군인들에 의해 저질러진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장 지휘관이나 군인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 교수는 1959년 전남 함평 출신으로 광주에서 월산국민학교, 사레지오 중학교, 대동고등학교를 나왔다. 서강대 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문·과학·예술 분야 국내 최고 석학들이 모인 인재육성기관 '건명원'(建明苑)의 초대 원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최 교수의 글 전문.


'나는 5.18을 왜곡한다.'

지금 나는 5.18을 저주하고, 5.18을 모욕한다.


1980년 5월 18일에 다시 태어난 적 있는 나는 지금 5.18을 그때 5.18의 슬픈 눈으로 왜곡하고 폄훼한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를 원하면서 그들에게 포획된 5.18을 나는 저주한다.

그 잘난 5.18들은 5.18이 아니었다. 나는 속았다.

금남로, 전일빌딩, 전남도청, 카톨릭쎈타, 너릿재의 5.18은 죽었다. 자유의 5.18은 끝났다. 민주의 5.18은 길을 잃었다.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꿈에도 몰랐다.

나는 속았다. 3.1, 4.19. 6.10, 부마항쟁의 자유로운 님들께 동학교도들의 겸손한 님들께 천안함 형제들의 원한에 미안하다.

자유를 위해 싸우다 자유를 가둔 5.18을 저주한다. 그들만의 5.18을 폄훼한다. 갇힌 5.18을 왜곡한다. 5.18이 법에 갇히다니. 자유의 5.18이 민주의 5.18이 감옥에 갇히다니 그들만의 5.18을 저주한다.

이제 나는 5.18을 떠난다. 5.18이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죽어라, 그러면 산다. 나는 5.18을 지키러 5.18을 폄훼한다. 그날처럼 피울음 삼키며 나는 죽는다.

5.18아 배불리 먹고 최소 20년은 권세를 누리거라. 부귀영화에 빠지거라. 기념탑도 세계 최고 높이로 더 크게 세우고 유공자도 더 많이 만들어라. 민주고 자유고 다 헛소리가 되었다. 5.18 너만 홀로 더욱 빛나거라.

나는 떠난다. 내 5.18 속에서 나 혼자 살련다. 나는 운다.

5.18역사왜곡처벌법에 21살의 내 5.18은 뺏기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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