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오성홍기 꽂은 中, 소행성 흙 가져온 日…한국은 뭐하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20.12.12 10:31

[류준영의 속풀이 과학]美中日 우주개발 가속도, 한국선 파벌 다툼 등 내홍

스타쉽/사진=스페이스X
연말 미국과 중국, 일본이 우주 분야 신기록 릴레이에 나선 가운데 한국의 우주 연구현장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미국은 민간우주기업 중심으로 우주 택배·여행·이주 등 SF(공상과학)영화와 같은 상상을 하나씩 현실화하며 연일 ‘서프라이즈(Surprise·놀라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달 표면에 오성홍기를 꽂았고, 일본은 인류 첫 소행성 물질을 확보하며 달 이외 천체 물질을 갖고 지구로 귀환한 세계 최초의 탐사선이란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한국은 달 탐사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기술 분야 R&D(연구·개발)기관 수장이 임기 두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명예 퇴임 기로에 섰고, 내부 직원들 간 불협화음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속가능 우주개발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야심찬 우주 프로젝트들 속속 결실…美中日 우주 거물과 신예들의 대행진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이달 2건의 의미 있는 시도와 성과를 남겼다. 먼저, 우주인을 태운 ‘크루 드래건’에 이어 지난 5일 낮(현지시간) 식량, 과학실험 장비 등 약 3톤(t)의 화물을 적재한 ‘카고 드래건’ CRS-21까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내면서 전 세계 첫 ‘우주 여객·운수 사업자’로 거듭났다. 스페이스X는 이전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가 맡아온 지구 저궤도 우주 운송 임무를 모두 이관받아 전담케 되면서 독보적 우주 BM(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또 스페이스X는 화성 이주를 목표로 개발 중인 유인우주선 ‘스타십’의 새 시제품(SN8)이 9일 고도 12.5km 상공 비행에 처음 성공하면서 ‘인류 우주여행’의 꿈에도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스타십은 달·화성에 인간을 보내기 위해 개발 중인 차세대 유인 왕복선. 길이는 50m, 지름은 9m의 중형 발사체로 150톤(t)의 탑재체를 실어 비행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짧고 강렬한 한 줄의 메시지를 남겼다. “화성, 우리가 간다.”
중국 최초로 달 표면의 샘플을 채취한 무인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6일 달 궤도에서 궤도선·귀환선과 성공적으로 도킹했다고 중국 국가항천(航天)국이 사진을 공개했다/사진=AFP_뉴스1

미국과 함께 우주 패권에 도전장을 내건 중국도 ‘우주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일 중국의 무인(無人) 달탐사선 ‘창어5호’가 달의 흙과 암석 등의 표본을 싣고 지구로의 귀환 여정에 들어갔다. 성공할 경우 달의 지질학적 변화 등 독보적 정보를 획득하게 된다. 또 미국과 소련에 이어 달 토양을 지구로 가져온 세 번째 국가로 기록될 예정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후속으로 창어6~8호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8호의 경우 달에 3차원(D) 프린터를 가져가 인간이 거주할 주택을 지어 보일 예정이다. 앞서 중국은 창어4호를 발사해 달 뒷면에 착륙시켰다.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에 인간이 보낸 탐사선이 착륙하기는 창어4호가 처음이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탄소질 소행성 류구의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사진=JAXA.

일본은 미국·중국·러시아보다 우주개발 역사가 비교적 짧지만 ‘소행성 탐사’라는 틈새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이 분야 세계 최고 권위를 획득했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채집한 소행성 토양 시료가 지난 6일 지구에 도착했다. 인류가 확보한 최초의 소행성 내부물질 시료다. 이로써 하야부사2는 탄소질 소행성 시료를 지구로 가져온 최초의 탐사선으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학계를 통해 발견된 소행성의 70% 이상이 탄소질 소행성이지만 아직 탄소질 소행성 시료 채취가 이뤄진 적은 없다. 하야부사 2호는 일본의 두 번째 소행성 탐사선이다. 지난 2014년 지구를 출발한 뒤 6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 따르면 캡슐 내부엔 지구 근접 소행성 중 하나인 류구의 흙·암석 등 토양 물질이 들어있다. 이 시료를 분석하면 여러 가지 탄소 화합물에 의해 생명활동이 이뤄지는 탄소 생명체의 기원과 진화, 태양계 초기 형성 환경 등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캡슐을 분리한 하야부사2호는 앞으로 11년간 100억㎞를 더 비행하며 다른 소행성 탐사에 도전한다.


국회의원 입김에 확 뒤집힌 감사 결과…허탈하게 짐 싸게 된 힝우연 원장


이런 장면을 지켜보는 우리 우주 과학계 심정은 착잡하다.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의 ‘우주 굴기’가 정점을 찌르는 동안 우리나라에선 우주과학기술 총책임자를 전격 해임하고, 이 과정에서 기관 내부에 그동안 가려졌던 파벌 다툼이 드러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산하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임철호 원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내놨다. 사태의 발단은 작년 5월, 12월 임 원장이 직원들과 함께 한 술자리였다. 임원장이 일부직원과 언쟁을 벌이고 폭행을 가하는 등 불미스런 일이 벌어진 것. 공교롭게도 두 자리 모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와의 회식자리였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사진=항우연
당시 과기정통부 감사담당관실이 감사에 착수, 임 원장에게 주의·경고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힘 박대출 의원이 이 사안을 두고 재차 질책하자 이를 의식한 과기정통부 감사관실이 같은 사안으로 또한번 특별감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후 첫 감사결과를 완전히 뒤집은 임 원장의 해임 건의서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통보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미 한 차례 감사를 통해 처분된 사안에 대해 특정 국회의원의 지적으로 특별감사가 진행됐고, 이에 대해 주의·경고 처분했던 사안이 해임으로 이어지자 과도한 조치라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임 원장의 임기가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인 데다 2018년 2월 선임된 후 그 해 11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1단형 시험발사체, 12월에 천리안위성 2A호, 그리고 2020년 2월에 천리안위성 2B호 등의 발사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적잖은 공적을 올린 점, 아울러 지난 3년을 결산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연구기관 및 기관장 평가에서 ‘우수’ 성적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이번 감사결과를 수긍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김승조 전 항우연 원장(서울대 명예교수) 등 4명의 전임 항우연 원장과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 전임원장 등 6명의 정부출연연구기관장들은 임 원장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해임 요구를 재고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일각에선 임기 50일을 남겨 놓고 해임을 요구할 정도의 사안이었다면, 그간 감독·관리에 허술했던 과기정통부의 책임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연연의 한 연구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울타리가 돼야 할 과기정통부가 오히려 과학기술계에 대못을 박았다”고 반발했다.


"원장 ‘갑질’로 끝날 사안 아니다"…폐쇄적 조직 구조로 각종 내홍 불거진 항우연


우주과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직 내부 구성원 간의 만연한 갈등의 골이 이 사태의 발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항우연은 임 원장 취임 이후 각종 내홍을 겪어왔다. 항우연의 폐쇄적 조직 문화 등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항우연은 사업 단위별로 조직화 돼 인적 교류가 거의 없다”며 “이 때문에 파벌과 알력이 언제든 생길 수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과기정통부의 과도한 간섭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항우연 노조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한국형발사체 개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그간 항우연 중심의 개발 체제에서 벗어난 독립적 개방형 사업단 체제로 개편했다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을 항우연 소속으로 전환하게 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 운영관리지침을 존치시켜 내부조직 개편에 대한 항우연의 책임 있는 운영을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임 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질의응답에서 “상당수 연구자들이 조직의 변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며 “메트릭스 조직체계 전면 도입, 팀제 운영, 상호 소통하는 조직문화 정착 등을 추진했지만,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반발 등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고 털어놨다. 임 원장은 조직 통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사체본부와 번번이 부딪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술자리 물의도 이런 배경에서 기인했다는 게 임 원장의 해명이다.

한국이 개발 중인 달궤도선과 달탐사선 상상도/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 개발 사업이 순탄치 않은 것은 이뿐이 아니다. 대형 우주 개발사업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한국의 우주 개발 사업에 과연 ‘국가전략’이란 게 존재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우리 우주 전략에 정치적 셈법이 작용해왔다는 지적이다.

달 탐사 사업이 대표적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는 달 궤도선을 2020년 발사하고 달 착륙선은 2025년 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달 궤도선을 발사를 2017∼2018년, 착륙선 발사는 2020년으로 5년씩 앞당긴다. 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다. 현장에선 반대 목소리를 높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계획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한번 원래 대로 조정됐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시계제로 상태다. 정치적 계산으로 수차례 달 탐사 계획이 오락가락 하는 사이 중국, 일본, 인도 같은 신흥 우주국가가 탐사 경쟁 2라운드에 불을 붙이면서 더 뒤쳐진 형국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사진=NST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오는 2024년 달 착륙을 목표로 추진되는 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는 한국이 초대받지 못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제 막 우주개발에 뛰어든 아랍에미리트(UAE)도 참여했다. 단순히 사람이 달을 탐사하는 수준을 넘어 지구·달 왕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기 달 탐사를 위한 기본 인프라를 설치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지구 주변 우주정거장에서 달 거주까지 한 발을 더 내민 것이다. 달과 화성 탐사의 거점 역할을 할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불참하면서 앞으로 우리 우주 개발에 대한 영향력은 더 축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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