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역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이어지는 메인 도로와 주변 도로는 출퇴근시간마다 극심한 정체를 빚는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이 늘었지만 곳곳에서 진행되는 공사로 차량들이 가다서다를 수시로 반복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16일 숱한 논란에도 ‘광화문광장 재정비사업’을 강행했다. 내년 10월 완공 예정인 이 공사에 들어가는 예산만 800억원에 달한다.
실효성이나 절차적 위법성 논란을 떠나 ‘과연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한창인 지금 시장 권한대행이 밀어붙일 만큼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공사’인지 의구심을 품는 시민이 적지 않다. 서울에서만 연일 200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는 ‘이 시국에’, 병동이 부족해 컨테이너까지 동원하는 ‘이 시국에’, 명동·이태원 등 주요 상권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 시국에’ 말이다.
‘전대미문’이라는 말이 무색하기는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의결시한 내 예산안이 처리된 것은 6년 만이다. 여야는 법정시한을 지켰다며 서로를 추켜세우며 박수를 쳤다. 6년 만에 법을 지킨 것이 자축할 일인가. 더 가관인 것은 이 와중에도 쪽지예산 등 선심성 예산 편성은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임위원회를 패스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된 SOC(사회간접자본) 등 토건예산만 5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심지어 사실상 백지화한 김해신공항 사업에도 약 3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외에도 각종 지역구 챙기기 예산으로 수천억 원이 책정됐다. 이러면서 한편에선 재난지원금 등 코로나19 긴급예산 때문에 나랏빚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도 밀어내기식 예산집행과 선심성 퍼주기로 혈세를 낭비하는 위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K방역’에 취한 걸까.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부는 경제와 방역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오판과 실기를 반복했다.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경기진작을 명목으로 소비쿠폰을 남발하는가 하면 스스로 만든 5단계 거리두기 원칙도 무시했다. 특정집단과 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1·2차 대유행 때와 달리 코로나19가 일상생활 속에 빠르게 침투하는데도 매번 한발 늦게 대응하면서 화를 키웠다.
정부가 ‘수도권 거리두기’를 1.5단계로 올린 것은 지난달 19일이다. 1주일간 일평균 확진자가 격상 기준(100명 이상)을 넘자 부랴부랴 1.5단계로 올렸지만 당시 이미 수도권에서만 하루 200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던 때다. 닷새 후인 24일 2단계 격상도 뒷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후 1주일간 일평균 확진자가 400명을 넘어 2.5단계 기준에 도달했는데도 정부는 단계 격상 대신 지난 1일부터 기준에도 없는 ‘2단계+α’를 시행했다. 그럼에도 사태가 더욱 악화하자 결국 1주일 만에 2.5단계로 올렸지만 뒷북 격상의 결과는 지금 보는 대로다. 연일 500~600명 넘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병상대란은 현실이 됐다. 1.5단계 이후 한 달도 안 돼 사망자가 60명 가까이 늘었다. 그야말로 ‘전시상황’이 됐다.
정부가 거리두기 강화 등 방역대책을 결정할 때 민생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이미 경험했듯이 방역이 무너지면 경제도 쓰러진다. 말 그대로 ‘전대미문’의 국난이다. 선택의 순간이 오면 과감히 결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끊지 못하면 조만간 하루 1000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경고대로 또다시 선택의 순간이 오면 한번쯤 이렇게 먼저 자문(自問)하라. “지금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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