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탄소빚'만 1700억원, 친환경 설비투자에 생산방식도 바꾼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 2020.12.08 05:10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2.7/뉴스1

EU(유럽연합)에 이어 한국도 정부 차원의 탄소세 도입을 검토하면서 탄소배출 1위 산업으로 꼽히는 철강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철강업계의 탄소 배출부채 규모는 1700억원에 달하는데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탄소 저감'이 생존 문제가 된 철강업계들은 서둘러 친환경 설비 구축에 나서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은 이날 국회에서 '2050 탄소중립 당정협의'를 열고, 탄소세 징수를 검토했다. 정부는 "세제, 부담금, 배출권 거래제 등 탄소 가격 부과 수단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격체계를 재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세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은 기업이나 업종에 부과한다.

이미 유럽연합(EU)은 2023년 1월부터 탄소세 부과 방침을 확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탄소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탄소배출 부채만 1700억…내년엔 더 급증


탄소세가 도입되면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업계 타격이 불가피하다. 고로를 사용하는 철강사들은 주원료로 석탄을 쓰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 1톤을 생산하는데 평균 1.85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지난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2위 기업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었다. 각각 8148만톤과 2224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탄소배출부채 규모도 만만치 않다. 기업마다 할당된 배출량 이상으로 탄소를 배출할 경우 다른 업체의 탄소배출권을 대신 구매하는데 이 경우 배출권 구매 비용이 탄소배출부채로 집계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배출부채 규모는 현대제철이 1143억원으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 현대제철 영업이익이 3313억원임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규모다. 다음으로 포스코가 509억원으로 2위로 나타났다.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처음 시행된 2015년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1만원 이하였지만 매년 빠르게 오르고 있다. 2기 거래제가 시행된 2018년엔 2만원을 넘었고, 지난해 하반기엔 4만원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만3000원 수준에서 안정됐지만 3기 거래제가 시행되는 내년에는 4만~5만원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철강업계 친환경 설비투자 늘려…체질 개선까지 고려


현대제철이 세계 최초로 고로 브리더에 '가스 청정 밸브'를 설치하고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하고 있다./사진=현대제철 제공

철강업계는 특히 친환경 설비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탄소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는 대기오염물질 감축을 위해 내년까지 1조원 규모를 투자할 예정인데 시기를 앞당겨 연내 9700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부생가스 발전시설의 SCR(선택적 촉매환원) 설비 설치와 노후 발전설비를 대체할 친환경 복합발전기 설치, 밀폐형 석탄 저장설비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제철도 2025년까지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 설치를 통해 코크스 냉각 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증기·전력으로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다. 현대제철은 연간 5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가능하다고 본다.

철강업체들은 아예 철강 생산 방식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장기적으로 수소에 기반한 철강 공정의 탈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책연구과제로 '수소환원제철공법'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을 때 석탄 대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사용하는 공법이다. 이미 스웨덴 SSAB와 독일 티센크루프 등 유럽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공법이 적용된 친환경 제철소를 짓고 있다.

환경부는 연말까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완성해 UN에 제출할 예정이다. 포스코도 이에 발맞춰 전사 차원의 '저탄소 전략'을 공개한다. 이 전략에는 수소를 활용한 철강 공정 탈탄소화 연구개발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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