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서 적으로…'세븐나이츠'로 얽힌 게임 전쟁[이진욱의 렛IT고]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 2020.12.22 05:00

세븐나이츠 핵심개발진 '그랑사가' 출시 임박…넷마블, '세븐나이츠' 후속작들과 경쟁 불가피

편집자주 | IT 업계 속 '카더라'의 정체성 찾기. '이진욱의 렛IT고'는 항간에 떠도는, 궁금한 채로 남겨진, 확실치 않은 것들을 쉽게 풀어 이야기합니다. '카더라'에 한 걸음 다가가 사실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는 게 목표입니다. IT 분야 전반에 걸쳐 소비재와 인물 등을 주로 다루지만, 때론 색다른 분야도 전합니다.

정현호 엔픽셀 공동대표.
한때 한솥밥을 먹던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세븐나이츠'라는 히트 지식재산권(IP)으로 맺어진 이들은 서로를 무너뜨려야 살아남는 관계가 됐다. 넷마블과 엔픽셀 얘기다.


흥행가도 '세븐나이츠2'…원작 '세븐나이츠' 핵심 개발진과 맞대결 성사


넷마블은 지난달 18일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세븐나이츠2'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출시 이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을 제치고 매출순위 2위에 오르는 등 모바일 게임 시장 판도를 흔들었다. 현재 매출 3위를 유지하며 장기 흥행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세븐나이츠의 저력을 증명한 셈이다. 세븐나이츠는 2년 넘게 매출 순위 톱10을 유지한 대작이다. 국내 이용자는 1000만명이 넘고,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는 6000만을 넘긴 넷마블의 대표 IP다.

이 상황에 신생 개발사 엔픽셀이 '그랑사가' 출시를 대대적으로 예고하면서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엔픽셀을 이끄는 배봉건, 정현호 공동대표가 '세븐나이츠2' 탄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이들이기 때문이다. 두 대표는 세븐나이츠2의 원작인 세븐나이츠 개발의 주역들이다.

배봉건, 정현호 대표는 세븐나이츠의 개발사 넥서스게임즈의 공동 창업자다. 2014년 넥서스게임즈는 넷마블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넷마블넥서스로 바꿨다. 2016년 말 두 대표는 넷마블넥서스의 지분 22.5%를 넷마블 지분 1.61%와 교환하고 넷마블을 떠났다. 당시 넷마블은 핵심 개발진으로 평가받던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개발 전력에 손실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마블 세븐나이츠2.


'그랑사가', 대작과 견줄 경쟁력 갖춰…'세븐나이츠 레볼루션'과 출시시기 겹쳐


엔픽셀 창업 후 배봉건, 정현호 대표는 3년 넘게 '그랑사가' 개발에 매진했다. 투자업계도 주목했다. 엔픽셀은 게임사 시리즈A 역대 최대 규모 투자 유치 기록을 경신하며 약 4000억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업계에선 그랑사가가 기존 대작들과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그랑사가'는 언리얼4 엔진을 기반으로 모바일 화면에서도 높은 수준의 애니메이션풍 그래픽 퀄리티를 구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 셰이더를 개발해 시원한 컬러감과 감성적인 디자인, 거대한 스케일의 배경을 자랑한다. 글로벌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와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든든한 우군도 확보했다. 출시 전 흥행 기대감도 높다. 지난달 22일 사전등록을 시작한 지 16일 만에 사전예약자 300만을 돌파했다. 엔픽셀은 21일까지 '그랑사가'의 마지막 비공개 테스트(Final CBT)를 실시하며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2 외에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게임을 또 내놓을 예정이다. 모바일 MMORPG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다. 이 게임은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으로 '그랑사가'와 출시 시기가 겹칠 가능성이 높다. 세븐나이츠와 맞물린 세븐나이츠2, 그랑사가,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간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모바일 게임업계는 이들의 경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MMORPG 대작들이 출시하면서 신규 사용자 유입이 발생해 게임 시장 전반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븐나이츠로 흥행 경험이 있는 개발진이 만든 게임들인만큼 기대감이 높다"며 "3종의 게임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모바일 게임 시장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배봉건 엔픽셀 공동대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정현호 엔픽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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