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에 들썩 '압구정'..."부산·울산 갭투자자까지 몰려든다"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 2020.12.06 13:08

[재'택'크]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 현대'

편집자주 | 다른 동네 집값은 다 오르는데 왜 우리 집만 그대로일까. 집은 편안한 안식처이자 '재테크' 수단이기도 하다. 생활하기 편하고 향후 가치가 상승할 곳에 장만하는게 좋다. 개별 아파트 단지의 특성과 연혁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재택(宅)크'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아파트 단지를 분석해 '똘똘한 한 채' 투자 전략을 도울 것이다.

"서울 외곽지역은 물론 부산, 울산, 여수 등 지방에서도 갭투자로 많이들 들어옵니다."(신만호 압구정동 중앙공인 대표)

서울 강남의 황금입지로 꼽히는 압구정 일대가 최근 들어 무섭게 들썩이고 있다. 일대에 조성된 '압구정현대' 대부분 단지가 조합설립인가 동의율을 충족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지난 10월부터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지방 투자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고가주택 규제에도 신고가 거래 이어져


6일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 일대 조성된 '압구정현대' 아파트에서 최근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구현대6,7차' 전용 245㎡는 지난 10월 말 67억원(9층)에 거래됐다. 8월 거래된 직전고가 65억원(5층)보다 2억원 더 오른 수준이다. '현대1,2차' 전용 160㎡도 지난달 초 42억8000만원(6층)에 팔리며 전고가 42억원을 웃돌았다. '현대8차' 전용 111㎡B도 같은달 16일 23억6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고가주택을 겨냥한 정부 규제에도 압구정 초고가 아파트의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이유는 일대의 재건축 이슈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6·17대책에서 연내 조합설립인가를 마치지 못한 단지에 한해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기로 하면서 압구정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실거주 조건을 충족하기 힘든 집주인들이 단합하기 시작한 것.

압구정현대의 경우, 노후도가 심하고 주거 환경이 열악한 탓에 집주인들이 실거주하기보다는 임차인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실거주 의무를 피하자는 데 집주인들의 뜻이 모아지면서 압구정 현대 대부분 단지가 단기간 내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율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 전경. /사진=이소은 기자


6구역 제외 모두 조합설립동의율 달성


압구정 일대는 약 115만㎡ 면적에 1만여 가구가 조성돼 있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압구정1구역(미성1,2차), 2구역(현대9,11,12차), 3구역(현대1~7차,10,13,14차),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 5구역(한양1,2차), 6구역(한양5,7,8차) 등 6개 구역으로 구분돼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면 주민 동의율이 75%를 넘어야 한다. 현재 6구역을 제외한 모든 구역이 이 동의율을 총족한 상태다.

압구정1구역과 2구역은 지난달 조합설립동의율 75%를 달성했다. 1구역은 현재 80%의 동의율을 확보한 상태이며 2구역은 내년 2월 조합창립총회 개최를 준비 중이다. 3구역과 4구역도 각각 78%. 81%의 동의율을 확보했다. 이 중 4구역은 5일 조합창립총회를 개최한다. 5구역은 동의율 80%까지 달성한 상태로 최근 사업방식을 조합 방식으로 최종 결정했다.


그간 답보 상태에 있던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매수세가 확대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신만호 중앙공인 대표는 "압구정현대 아파트는 재건축 초기 단지여서 그간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조합설립을 준비하면서 미디어 등 외부 노출이 잦아졌다"면서 "최근에는 서울 외곽지역은 물론 지방에서도 많이 샀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 전경. /사진=이소은 기자



임대차법 이후 전세가 오르면서 갭투자자 몰려


지방 중에서도 특히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등 소위 PK지역의 관심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지방도 광역시의 경우엔 집값이 많이 올랐고 일부는 규제지역으로 편입되기도 하면서 역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지방 투자자들은 전세를 낀 '갭투자용' 매물 위주로 찾는다.

신 대표는 "노후된 재건축 단지들이 다 그렇지만 압구정현대 역시 주거여건이 열악해 전세가율이 낮은 편이었다"며 "그런데 7월부터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가격이 오르다 보니 갭이 줄어들어 투자자들도 살 만해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압구정현대' 아파트 전용 84㎡의 매매 시세는 현재 24억~25억원 선이다. 신규 전세 시세는 9억~10억 선이어서 15억원으로 갭투자가 가능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세 시세가 5억원에 불과해 갭투자를 하려면 20억원 이상 필요했다.

조합설립인가를 앞두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 '타이밍'이 맞다는 점도 최근 거래가 늘어난 이유다. 조합설립인가가 난 이후부터는 일정 조건을 갖춘 매물만 조합원 승계가 인정된다.

대표적인 게 1가구1주택으로 10년 소유, 5년 실거주한 경우와 전가구원이 해외나 지방으로 이주하는 경우다. 이 조건을 갖추지 못한 물건을 매입하게 되면 조합원 분양을 받을 수 없고 추후 현금청산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거래 가능한 매물이 대폭 줄어들고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가 많다.

압구정 A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승계가 인정되는 매물량은 극히 적다"며 "이 때문에 오래 버틸 힘이 없는 집주인들은 조합설립인가 전에 물건을 내놓게 되고 매수자들은 앞으로 물량이 줄어들 것을 알기 때문에 가격이 높더라도 이를 사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6월 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의 물건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신 대표는 "종부세 부담에 파는 시기를 저울질 하다가 내년 6월 전에는 어차피 팔아야하니 지금 내놓는 매도자들도 있고 작은 평수에서 큰 평수로 가거나 큰 평수에서 작은 평수로 갈아타려는 매도자들의 물건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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