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방글라데시' 도망온 로힝야족의 비극, 외딴 섬으로 쫓겨난다

머니투데이 김현지A 기자 | 2020.12.04 07:36
바샨차르섬./사진제공=Fortify Rights홈페이지
방글라데시 당국은 미얀마 국경 인근 난민촌에 거주하는 이슬람계 소수 민족 로힝야족 일부를 외딴 섬으로 이주시키는 작업을 착수했다.

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안와르 호세인 지방경찰청장은 이미 1000여 명이 벵골만 메그나강 하구의 바샨차르 섬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육지에서 배를 타고 여러 시간 가야 나타나는 섬이다. 당국은 2500가구를 이주시킬 계획이지만 인권단체들은 난민들의 동의 없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설과 지원이 열악하다고 우려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사드 함마디 남아시아 활동가는 "방글라데시는 UN과 인권단체들이 바샨차르 섬의 거주 시설을 독자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난민들의 사전 동의 없이는 어떠한 이주 계획도 실행될 수 없다"고 이주 계획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미얀마 접경지 콕스바자르 쿠투팔롱 난민촌에 있는 사람들은 이주 계획이 시작된 후 난민촌 내 모든 교통이 당국에 의해 금지돼 집 근처에만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쿠투팔롱 지도자인 모함마드 아니스(33)는 방글라데시에 오랜 시간 머물고 싶지 않다며 섬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이주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 감시 아래 당국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주를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하루빨리 난민 생활을 청산하고 미얀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바샨차르 섬에 지어진 수용소./사진제공=휴먼라이츠워치
반면 바샨차르로 이주한 난민 지도자 모함마드 하니프(40)는 "바샨차르 생활에 만족한다"며 "시설도 좋고 정부는 UN과 다른 단체들로부터 지원받을 것을 약속했다"고 이주 시설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가 정부로부터 들은 UN 등 단체들은 아직 섬에 대한 지원을 합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당국이 난민 지도자들에게 거짓 약속을 하고 이주에 동의하도록 강요한다고 경고했다.

이미 지난 4월부터 300여 명의 로힝야족이 바샨차르에서 살고 있다. 이주민 사이에서는 수용소를 지키는 경비원들에 의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9월에는 여성들이 본토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소리치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편, 2017년 8월 미얀마군은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을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74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으로 피신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과밀화된 난민촌의 주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부터 난민 10만 명을 수용하는 시설을 바샨차르 섬에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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