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직전 수도권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수험생의 안전까지 집어삼켰다.
부산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수험생 2명이 발생하면서 이들 모두 병원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 가운데 두꺼운 방역복을 입고 고사실에서 확진자와 마주해야 하는 고된 업무를 자원한 한 학교 교사가 생생했던 시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산진구 개성고등학교 체육 교사 정상훈(42)씨는 3일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올해 수능이 여느 때보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차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씨는 "코로나라는 악재 속에서도 수험생들이 시험을 봐야 하고, 누군가는 감독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병원시험장 감독관은 전신보호복과 덧신 등으로 구성된 '레벨D' 개인보호구를 착용한다. 보통 이 보호구를 입고 벗는데 40~50분이 소요되는 등 체력소모가 매우 크다.
가장 큰 문제는 통풍이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정씨는 "공기 순환이 거의 되지 않아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여기에 KF94 마스크까지 무장을 해 호흡마저 약간 불편한 감이 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방호복 착용이 금방 적응돼 다행이었다. 시험실 처음 들어갈 때 긴장이 많이 됐는데, 간호사 선생님께서 많이 북돋아 주셔서 안도를 느꼈다"고 말했다.
일반시험실와 달리 병원시험실은 여러 개의 문을 거쳐야만 시험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정씨는 오늘 하루 동안만 무려 200번 넘게 문 사이를 왔다 갔다 했으며 총 3시간 동안 감독을 했다.
정씨는 "선생님 1명, 간호사 1명 등 한 조를 이루고 2개의 조가 한 팀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방호복을 벗으면 매번 샤워를 해야 했다. 오늘은 총 2번 했다"고 전했다.
평소 수능이라면 20~30명의 학생에게 시험지와 OMR 답안지 등을 배부하고 한 명씩 돌아가며 지켜봐야 해 심리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병원시험실의 경우 수험생 1명을 상대로 감독하면 돼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한다.
정씨는 "확진된 수험생을 보면서 시험을 칠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한 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감독하다 보니 긴장감도 풀어줄 수 있었다. 매우 보람차고 뿌듯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도 제대로 못 가는 등 많이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오늘 치른 시험 부디 좋은 결과가 나와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같은 수험생을 위한 교사들의 노고에 대해 지난 2일 김석준 부산시교육감도 "병원시험장의 감독관을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걱정했는데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지원해줘 대단히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자가격리자는 별도시험장 2개교에서 시험을 진행했다. 별도시험장 감독관은 KF94 마스크, 페이스 쉴드, 수술용 가운, 일회용 장갑 등 4종 개인보호구를 착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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