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566조…급한불 끈 은행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20.12.03 05:30
최근 5개월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아무 때나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 통장에 돈이 몰리면서 순이자마진(NIM)과 예대율 방어가 급했던 시중은행들이 한숨을 돌렸다. 0%대 금리에 정기예·적금 고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를 메웠기 때문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1113억원이다. 전월보다 16조3830억원(2.98%) 늘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이 8415억원(0.13%)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요구불예금은 올 들어 달마다 조금씩 증감을 반복했지만 큰 흐름상으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지난 1월과 비교해서는 111조8347억원(24.62%) 늘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잔액은 꾸준히 빠져나가 7조4608억원(1.15%) 줄었다.

11월엔 성과급, 상여금 등 별다른 계절적인 요인이 없지만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건 유동자금이 충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미리미리 대출을 받았다. 실행된 대출액은 곧바로 요구불통장에 입금됐다.

특히 신용대출 규제는 고소득자,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자산가들의 대출 행렬이 이어졌다. 덩달아 MMDA 잔액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의 한 종류지만 투자 성격이 짙고 금액이 클수록 고금리를 받아 자산가들이 애용한다. 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4개 은행의 지난달 MMDA 잔액은 97조1954억원으로 전월대비 3조1939억원(3.4%) 늘었다.


요구불예금이 증가한 배경엔 시중은행들의 ‘물밑 유치전’도 있었다. 초저금리 시대에 더 이상 예·적금 특판으로 고객을 잡기 어려워지면서 은행마다 요구불예금 확대에 주력했다. 금리가 0.1% 수준인 요구불예금은 조달 비용이 적게 들어 은행 입장에서 이자이익을 올리기 쉽다.

신한은행은 직장인 고객에게만 주던 급여이체 혜택을 용돈, 아르바이트비를 받는 학생, 주부 등에게도 적용하며 고객군을 넓혔다. 수수료 면제, 포인트 혜택 등을 제공한 결과 2개월 만에 50만명을 모았다. 우리은행은 급여 통장을 개설한 고객에게 현금을 보너스로 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그 결과 시중은행들은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NIM을 지키게 됐다. 정기 예·적금 고객 이탈이 이어졌지만 3분기 NIM은 △KB국민은행 1.49% △신한은행 1.36% △하나은행 1.33% △우리은행 1.33% △NH농협은행 1.67% 등으로 전분기와 동일하거나 크게는 0.0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요구불예금 증가세가 다음달에도 이어진다면 연간 NIM 방어에 성공할 전망이다.

예대율 방어 또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대출이 폭증했지만 요구불예금이 예금 잔액을 지킨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율을 맞추려면 핵심 예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이 넉넉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제로금리 등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NIM, 예대율은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베스트 클릭

  1. 1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2. 2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3. 3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4. 4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5. 5 22kg 뺀 '팜유즈' 이장우, 다이어트 비법은…"뚱보균 없애는 데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