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칼 투자 8000억원 마무리…3000억원은 '교환사채' 왜?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20.12.03 11:26

한진칼 주가 고평가 하락 리스크 방어 차원…한진칼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도 대비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KDB산업은행이 2일과 3일에 걸쳐 보통주 5000억원과 교환사채 3000억원 등 한진칼에 대한 8000억원의 투자를 마무리했다. 산은이 보통주와 교환사채로 나눠 투자한 것은 리스크를 줄이면서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을 주도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한진칼 주가 반토막나도 대한항공 주가 오르면 손실 최소화



한진칼은 산은에서 받은 돈을 대한항공에 빌려주고 대한항공은 이를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종잣돈으로 쓴다.

산은이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주주로서 유상증자를 하면서 일부는 교환사채로 받아 주가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을 줄였다. 영구채나 한진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는 한진칼 주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대한항공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교환사채는 한진칼 주가 흐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산은은 한진칼의 현재 주가가 경영권 분쟁으로 고평가된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 시너지 등을 고려하면 대한항공 주가는 향후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실제로 한진칼 주가는 통합 방안이 발표된 지난 16일 8만2200원에서 전날 6만8000원으로 14% 빠졌으나 대한항공은 4% 하락하는데 그쳤다.

산은이 인수하는 교환사채는 대한항공 주가가 50% 오르면 한진칼이 되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한진칼 주가가 반토막 나더라도 대한항공 주가가 50% 오르면 산은의 손실은 4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줄어든다.



한진칼, 대한항공 주도권 상실 대비 차원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을 주도하지 못할 때도 교환사채는 요긴하다. 산은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가지고 있는 한진칼 주식 385만6002주 전량에 대해 처분권과 동반 매각 권리를 확보하는 등 견제장치를 마련했다. 조 회장이 제대로 경영을 하지 못하면 산은이 직접 한진칼 경영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대한 주도권을 잃으면 의미가 없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율이 26.51%로 높지 않다.

산은은 대한항공에 대해서도 경영권을 행사할 방안을 찾아야 했다. 한진칼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에도 3명의 사외이사를 지명하기로 했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주식을 보유할 필요도 있었다.

그래서 교환사채를 받기로 한 것이다. 산은이 올해초 수출입은행과 함께 대한항공을 지원하면서 3000억원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 지분율이 8.85%가 된다. 여기에 이번에 산 교환사채를 대한항공 주식으로 바꾸면 지분율은 15.27%로 높아진다.

향후 채권단이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대한항공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면서 영구채를 사들이면 채권단 지분율은 한진칼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만일의 사태를 염두에 둔 것일 뿐 국유화 수순이 아니라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산은은 아시아나의 국유화를 막기 위해 주인을 찾아준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국유화의 부작용이 커서 대한항공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손실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교환사채를 더 많이 가지려고 했지만 한진그룹도 산은이 대한항공 지분을 많이 보유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할 수 있어 적정선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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