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5개 호텔 인수를 둘러싼 미래에셋그룹(이하 미래에셋)과 다자보험(구 안방보험) 간 법적 공방이 미래에셋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미 법원은 안방보험과의 계약은 사실상 사기에 다름없다는 미래에셋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국내 최대 해외 대체투자', '글로벌 투자자와의 경쟁에서 거둔 쾌거' 등 온갖 찬사를 받았던 계약이 어쩌다 '사기' 사건으로 전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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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치권력 다툼의 결과물…안방보험 美 호텔━
2014년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문제가 된 호텔들을 사들였다. 2조위안(약 348조원) 규모의 자산을 거느린 안방보험의 몰락이 시작된 건 우 전 회장이 사임하면서부터다.
2017년 우 전 회장은 사기 및 부패 혐의로 체포돼 징역 18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시진핑 주석과 태자당 간 권력 다툼의 결과다. 2016년 시 주석이 "금융시장에 '악어'가 횡행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중 금융당국은 곧바로 우 전 회장 수사에 들어갔다.
이후 안방보험은 중국 정부의 위탁 경영 하에 자산 매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호텔 15개가 매물로 나왔고, 미래에셋이 지난해 9월 최종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공격적으로 해외 대체투자를 확대했던 미래에셋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미래에셋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2017년 6조원, 2018년 7조4000억원, 2019년 8조7000억원이다. 미국 호텔 인수건이 완료됐다면 15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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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15개 美 법인 담보로"…사건의 핵심 DRAA━
미래에셋이 주목한 건 소송의 뒷받침이 된 DRAA(델라웨어 신속중재법) 관련 문서다. 해당 문서에는 안방보험이 '안방'이라는 상표 사용과 관련한 상표권 분쟁을 해결하는 대가로 미국 4개 법인에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선지급금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15개 호텔을 포함해 20개 호텔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DRAA가 태자당 자산을 빼돌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4개 법인이 태자당 인사들과 연결돼 있고, 중국 정부로부터 안방보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우 전 회장이 체포 한 달 전 DRAA에 서명했다는 주장이다.
호텔 관련 소송과 DRAA 관련 문서는 소유권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피델리티 내셔널', '퍼스트 아메리칸', '올드 리퍼블릭', '스튜어트' 등 권원보험사는 4월 매도 대상인 호텔 15개에 대한 완전한 권원보험 발급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결국 미래에셋은 호텔 소유권이 제3자에게 있다는 걸 뒷받침하는 DRAA의 존재가 드러났음에도 안방보험이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다며 5월 3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안방보험은 이와 관련해 소유권과 관련한 모든 소송은 자신과 무관한 사기극이며 미래에셋의 계약해지는 매수인의 변심(buyer’s remorse)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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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6개월 후에야 알게 된 美 호텔 소유권 문제━
미래에셋이 인수 호텔의 소유권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한 건 골드만삭스가 실사 결과를 전달한 올해 2월 19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 이전이다.
이전까지 안방보험은 소유권 관련 소송에 대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안방보험 역시 계약 이전인 2019년 8월 제기된 소송을 비롯해 DRAA의 존재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미래에셋 주장대로 소유권 문제가 2월에서야 드러난 것.
이후 소송은 안방보험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됐다. 안방보험은 올해 4월 27일 미래에셋이 호텔 15개 인수대금을 기한 내 지불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거래완료 예정일(4월 17일)을 10일 넘긴 시점이었다. 서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미래에셋은 5월 3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미래에셋이 5월 20일 안방보험의 소송에 대한 응소 및 반소를 제기하면서 양 측은 본격적인 소송전을 시작했다. 당초 8~9월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1심은 1일 미래에셋의 승소로 결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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