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오피스텔로…수능 앞둔 수험생 '셀프 자가격리'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12.01 06:10
지난 11월27일 수능을 엿새 앞두고 세종시의 한 고등학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당국이 전 학생과 교직원 등 587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2020.11.27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사상 초유의 악재 속에서 일정까지 연기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전북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잔뜩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이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수험생 A양(18)은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독립한 언니의 오피스텔에서 A양 홀로 지내기로 한 것이다. 시험 전까지 혹시 모를 감염병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먼저 아이디어를 낸 것은 맞벌이 부부인 A양의 부모다. 직장 사무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가 나오자 위기감을 느끼고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가족들이 출·퇴근길에 밥과 반찬, 간식거리, 필요한 물품을 문 앞에 두고 가기로 했다.

A양 어머니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니 이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조치는 혹시 모를 위험을 아이에게 전하지 않는 것이었다"며 "중요한 순간에 딸 곁에서 함께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지만 아이가 그동안 노력해온 게 물거품이 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30일 앞둔 지난 11월3일 전북 전주시 호남제일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수험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2020.11.3 /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시 완산구에 사는 삼수생 B씨(20)에게는 이번 시험이 더욱 남다르다. 목표로 했던 학교·학과에 두 번이나 아깝게 낙방한 뒤, 올해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사력을 다해 공부했다.


평소 B씨는 스터디 카페서 홀로 공부를 해왔지만, 시험을 사흘 앞두고 전주시내에 있는 한 호텔에 투숙하기로 했다.

호텔 안에서 공부를 하며 바깥 생활이나 외부인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코로나19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B씨의 부모는 이를 처음엔 반대했으나, 이 시험이 B씨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떠올리고는 끼니마다 도시락을 전달하는 것으로 응원을 대신하기로 했다.

B씨는 "다른 지역 수험생들이 호텔을 잡고 공부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이거다 싶어서 호텔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면서 "남들은 유난떤다고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시험을 못 볼까봐 너무 무섭고 불안했기 때문에 잘한 선택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속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스스로 자가격리'라는 현상까지 만들어내는 시대.

전북도는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수험생들이 힘든 여건 속에서 시험을 치르는 만큼 수능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모두가 방역에 집중해달라"고 도민들에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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