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신용등급 때문에…'AAA' 중국 국유기업의 최후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 2020.11.30 04:45
2020년 중국 부도 현황

최고 신용 등급을 받던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이 잇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내는 사태가 발생하자 중국 경제정책의 책임자인 리커창(李克强) 총리까지 나서 '허위 신용등급'을 내세운 신용평가사를 엄벌하겠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일부 국유기업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서 중국에선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신규발행이 취소되는 등 기업의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6일 중국 국무원은 리커창 총리 주재 회의를 열고 신용평가기업의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 국무원은 "종합적으로 법 체계를 정비하고 문책 제도를 강화해 법에 따라 허위 신용등급 등 행위를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랴오닝성의 자동차기업 화천그룹, 지난 10일 허난성의 융청석탄기업의 디폴트가 발생했으며, 지난 16일 칭화대가 지분을 보유한 반도체회사 칭화유니도 사실상 디폴트가 발생했다.

융청기업의 디폴트가 발생한 지난 10일 이후 중국 채권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채권과 펀드의 가격은 하락하고 30여개 신규 채권 발생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과거에는 디폴트가 주로 민영기업에 국한됐으나 올들어 국유기업의 디폴트가 7개에 달하는 등 과잉생산과 낮은 수익성 등으로 자금난은 국유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디폴트가 발생한 기업은 최고인 트리플A(AAA) 신용 등급을 받던 대형 국유기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올해 신용채권 디폴트 규모는 136건 1554억위안이었는데 이중 국유기업과 중앙기업의 디폴트는 전체의 41%인 56건에 달했다.


최근 중국 채권시장에서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중국은 현재 토종업체 위주로 신용 평가 시장이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객관적인 신용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무원은 신용평가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신용평가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기업의 부도가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고 중국 경제도 견조하게 회복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에 유동성도 풍부한 상황이어서 국유기업의 연쇄부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유동성 공급을 늘리면서 기업들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실채권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금융위기로 번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기 회복될 경우 중국 당국이 점진적으로 불량 대출을 줄여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코로나19 충격이 초래한 금융 위험이 지연돼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70.1%로 작년 말의 245.4%보다 크게 올랐다.

인민은행은 "예방·조기경보·대처·문책 시스템을 완비함으로써 시스템적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마지노선을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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