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듣지만 말고 투자해보세요…"음악이 자산이 된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 2020.12.04 04:13

['무형자산' 투자의 시대가 온다]②-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인터뷰

편집자주 | 이제는 눈에 보이는 실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산'을 중시하는 시대다. 매출 6000억 남짓한 빅히트가 시총 6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는 바로 BTS가 지닌 '보이지 않는 가치' 때문이었다. 해외에서는 음악, 예술, 콘텐츠, 특허 등에 IP(지식재산권) 투자가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IP투자의 현 주소와 한계를 살펴보며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9일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음악은 안정적이면서도,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쉬운 자산이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가 '음악'을 자산으로 삼는 사업 구상에 나선 것은 5년 전이다. 울랄라세션의 '너와함께', 버스커버스커의 '서울사람들' 등 7곡을 작사한 정 대표는 납입되는 저작권 수익을 보면서 확신이 들었다.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한 끝에 2016년 뮤지코인(뮤직카우의 옛 이름)을 설립, 금융전문가 김지수 대표와 함께 관련 시스템을 개발해 이듬해 7월 온라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 공유 플랫폼 업체로, 뮤직카우가 저작권을 원작자로부터 매입해 작은 지분으로 분할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뮤직카우가 매달곡의 저작권 지분을 옥션(경매)으로 판매하면, 이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자체 플랫폼 내에서 지분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저작권 지분의 주당 가격은 보통 1~10만원대로 개인이 투자하기에도 크게 부담이 없는 수준이다. 현재 거래되는 곡(10월 기준)은 임창정의 '소주 한잔', 에이핑크의 'MR.CHU', 트와이스의 'OOH-AHH하게' 등을 포함해 650여곡 정도다.

투자자들은 매년 배당처럼 들어오는 저작권료와 지분 거래를 통한 차익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2018~2019년 2년간 뮤직카우 회원의 저작권료 평균 연간 수익률은 9.1%, 회원 간 거래 수익률은 18.4%다.

'음악 저작권 투자'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뮤직카우는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해 초 1만4000여명에 불과했던 누적 회원 수는 올해 11월 19만명을 돌파했다.

매출은 서비스 론칭 첫 해인 2017년 15억원을 기록한 이후, 29억원(2018년), 49억원(2019년) 등 매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매출은 12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젊은 층의 참여가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10월 기준 뮤직카우의 회원 비율은 20대(33%), 30대(41%)로 20~30대 비중이 70%를 넘는다.

정현경 대표는 "다른 투자상품보다 문화적 속성이 있다 보니 젊은 연령대에도 확장성이 용이하다"며 "단순히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팬심에서 비롯된 '굿즈' 차원에서 저작권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는 존재한다. 아직 회원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거래량이 적고 저작권을 원하는 시점에 팔지 못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저작권은 보유 자산 성격이 강한 만큼 여태 시장 환금성보다는 좋은 저작권을 드리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며 "이를 내년 중점 과제로 두고 회원 수 확충 등을 통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뮤직카우의 시도는 신선하다. 국내 IP(지식재산권)금융의 현주소는 황무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저작권, 브랜드,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에 직접 투자하는 IP 금융상품은 미국·유럽 등에서는 활성화돼 있으나 국내는 거의 전무하다. 국내 민간 IP투자 금융상품의 사례가 지난해 처음 나왔을 정도다.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이 유진투자증권 등을 통해 음악저작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판매했지만 이는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 이상인 만큼 일반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은 떨어진다.

IP투자 관련 금융 제도 또한 미비하다. 뮤직카우는 금융상품을 다루는 업체지만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저작권대리중개업·통신판매업으로 등록돼있다.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이 자본시장법이 정의한 '증권(채무증권, 지분증권, 파생결합증권 또는 증권예탁증권, 수익증권)' 항목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와 일문일답.

9일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처음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처음 여성 미디어 쪽으로 창업을 했다. 온라인 교육 사업을 오래해왔다. 4차산업혁명에 걸맞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내놓은 키워드가 IT(정보기술), 금융, K팝이었다.


이를 어떻게 결합할까 고민하다가 작사를 했던 경험 등이 쌓여 고른 모델이 뮤직카우였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한 건 5년 전쯤이다.

-많은 투자자산 가운데 '음악 저작권'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음악이라는 자산이 안정적이고,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쉬운 자산이지 않나. 더욱 좋았던 점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창작 생태계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케이팝의 성과는 대단하지만 실제 창작자들의 시장은 좋지가 않다.

한국 음원시장 규모는 일본의 20분의 1도 안된다. 저작권 요율이 선진국에 비해 낙후돼 있다. 시장도 작고 돈 주는 비율도 적으면 낙후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이 저작권을 자산으로 인정해준 사례가 거의 없지 않냐. 그러나 우리가 저작권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서 시장에 내놓았고, 저작권 가격을 팬들이 상승시켰다.

재밌는 점이 음악은 많이 들을수록 저작권료가 많이 나온다. 만약 내가 노래 주인이 되면 스트리밍을 하건, 뮤직 비디오를 찾아보건, 노래방에 가서 부르건 그 노래를 계속 듣게 돼 있다.

공유를 통해 노래의 주인이 많아지면 결국 저작권료는 오르게 된다. 시장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저작권료가 올라가니 저작권자도 수혜를 입고 투자자도 수익을 보게 된다.

/사진=뮤직카우 유튜브 광고

-사업 초기 아티스트들의 저작권을 매입할 때 설득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나.

▶음악 저작권 사업에 뛰어든 다른 업체도 많았지만, 대부분 아티스트 영입에 실패했다. 우리는 기업 철학을 '더 나은 음악 생태계 만들기(Better music Ecosystem)'로 내세우면서 차별화했다.

처음에는 '저작권 거래'보다 '저작권 공유'에 주안점을 뒀다. 거래는 저작권을 사고파는 행위니까 아티스트가 거부감이 있지만, 공유는 다르다.

'저작권이 공유 문화로만 만들어져야만 케이팝 생태계가 개선된다'는 식으로 설득했다. 아티스트가 곡을 저희에게 판다기보다 팬들과 함께 나누는 '굿즈'처럼 인식하도록 했다.

-연 8%의 저작권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인데, 자산의 안정성은 어떻게 갖추는지.

▶일단 출시한 지 몇 년 된 곡 중에서도 수익률을 예측 가능한 곡 위주로 한다. 아이돌 곡은 홍보를 위해 발매 동시 옥션을 하기도 하는데 신곡의 경우 예측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신곡 성과가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 아티스트와 합의해서 주수 조정을 한다. 저작권 가치 대비 지분을 너무 많이 분할했다면 조금 덜 쪼개서 회원들이 손해를 줄이자는 차원이다.

9일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최근에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곡은 무엇인지.

▶요즘 걸그룹 환불원정대로 결성한 가수 엄정화의 'D.I.S.C.O'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리메이크돼 화제가 된 쿨의 '아로하'다. 아로하의 경우 최저 낙찰가가 3만2000원이었는데, 한때 시장 가격이 6만5000원까지 올랐다.

-내년 사업 계획이나 목표는.
▶해외 진출 및 다른 분야의 IP 확장을 검토 중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환금성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다보니 내년부터 중점과제로 개선할 생각이다. 회원 수도 좀더 공격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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