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 새로운 규칙된 ESG…"이젠 기업의 생존 키워드입니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 2020.12.01 05:10

[2020 새로운 10년 ESG] < 21>>재생에너지·탈석탄·미래차…必환경 시대 'ESG 경영' 필수

편집자주 |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고려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ESG’(기업·사회·지배구조)를 기업경영에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 그룹들의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 아니다. 한국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말 열린 ‘VBA(Value Balancing Alliance) 2020 코리아’에서 직접 설파한 내용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고 회계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VBA는 글로벌 ESG 롤모델로 꼽히는 독일 화학회사 바스프(회장사)를 비롯해 도이체방크, BMW, SK,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WB(세계은행) 등이 소속된 단체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규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공언대로 SK그룹 8개사는 이달 초 “205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100% 조달하겠다”고 파격 선언했다. 이는 ESG를 기업경영의 새로운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SK그룹 “재생에너지로 전력 100% 조달”…삼성 “ESG 투자 확대”


국내 주요 대기업이 ESG를 단순히 사회공헌 활동하는 수준을 넘어 경영상 달성해야 할 구체적 목표로 인식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서서히 공감대가 형성됐고, ‘친환경’ 정책 기조의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조만간 출범하면 이런 분위기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최근 삼성물산과 삼성 5개 금융 관계사가 석탄 관련 신규 투자는 물론 해당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선포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앞으로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투자하거나 이를 시공하는 사업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생명도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보험을 인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런 움직임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가 지난달 내놓은 전 세계 2000여 개 기업 대상 ‘2015~2018년 CO2(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와 시가총액 관계’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CO2의 최대 배출원은 석탄 연소인데 이를 적극적으로 줄인 상위 30개사의 시가총액은 2017년 말과 비교해 1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된 반면, 하위 30개 업체는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O2 배출량이 시가총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탈(脫) 석탄화’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CO2 배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국가로 꼽히는데 삼성의 주도로 일대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ESG 투자 확대로 지속 가능 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히고 향후 전사 차원의 행보를 예고했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총 15개 지역)의 평균 자원 순환율은 98.1%로, 국가 통계 평균 폐기물 재활용률 87.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ESG 확대를 발표한 만큼 향후 100% 달성은 사실상 시간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같은 성과에 주목한 영국 친환경 인증기관 카본트러스트는 9월 삼성전자에 전 세계 반도체업계 최초로 ‘물발자국’ 인증을 승인했다. 최근 3년간 글로벌 반도체 사업장에서 사용한 용수량과 관리에 사실상 ‘100점 만점’을 준 셈이다.


박찬훈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인프라총괄 부사장은 “친환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친환경차 시장 확대로 주주친화 경영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5년 배터리 전기차 56만대, 수소전기차 11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3대 전동차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9월에는 UNDP(유엔개발계획)과 함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솔루션 창출과 현실화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포 투모로우’(for Tomorrow)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주주 친화 경영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LG그룹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LG 의인상’을 제정해 자신을 희생한 시민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8월 SDGs(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협회가 선정한 ‘2020 글로벌 지속가능리더 100’으로 선정된 데 이어 LG전자는 최근 미국 WSJ(월스트리트저널)가 발표한 ‘100대 세계 지속가능경영 기업’ 가운데 6위에 올랐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CSR(기업의사회적책임) 활동이 ‘선택’이었다면 ESG는 지속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생존’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소비자와 기관투자자 등의 외면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韓 진출 외투 기업도 ESG…20년째 청소년 ‘환경·과학’


한국에 진출한 해외기업의 ESG 활동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SK그룹의 롤모델인 독일 바스프는 세계 1위 화학사인데도 국내 교육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지난 2003년 울산에서 첫 수업을 개시한 ‘키즈랩’(환경·과학교육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1만 명 이상의 아이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줬다. 글로벌 화학소재 기업이 20년 가까이 한국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ESG가 기업의 생존 키워드임을 일찍부터 내다본 선구안에서 비롯됐다.

마틴 브루더뮐러 바스프 그룹 이사회 회장은 “교육은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업장이 진출해 있는 국가의 미래 세대를 키우는 활동이 결국 회사 이익과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한국바스프는 외국인투자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2017년 ‘9억불탑’에 이어 2018년 ‘10억불탑’을 연속 수상할 정도로 국내에 뿌리를 내렸다. 한국 매출은 2조원에 달하며, 전국 6개 공장(안산·군산·여수·예산·울산·김천)의 임직원 규모는 1200명을 넘는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나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영률 한국바스프 대표이사는 “국내 공장이 위치한 지역사회에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공동체뿐 아니라 저소득층 소비자와 협력사의 삶의 질도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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