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전국민 고용보험, 전국민 산재보험에 이어 전국민 육아휴직까지 '전국민 정책'을 연달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민 정책 시리즈는 고용보험·산재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착한 정책’의 얼굴을 갖고 있지만, 사업주 부담을 늘리고, 대규모 재정 부담 확대가 불가피한 방안이기도 하다.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데만 연간 2600억원의 세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전국민 고용보험을 국정 후반기 최대 과제로 제시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택배기사 과로사가 계속 터지자 특수고용직노동자(특고)의 산재보험 의무가입을 골자로 한 전국민 산재보험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날 저출산 대책으로 전국민 육아휴직을 꺼냈다. 정부·여당이 전국민 정책 1~3탄을 줄지어 내놓은 셈이다.
정부는 전국민 정책을 특고,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를 대상으로 설계하고 있다. 전국민 정책이 시행한다면 고용 취약계층은 코로나19(COVID-19) 같은 위기 상황에 기존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자처럼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산재승인 등 사회안전망 보호를 받는다.
━
취지 좋으나…비용 분명한 전국민 정책━
전국민 정책의 취지는 좋으나 감내해야 할 비용도 분명하다. 우선 전국민 고용보험처럼 특고 일부 직종부터 적용될 전국민 육아휴직을 도입하면 국민 세 부담이 늘 수 밖에 없다. 현재 월 최대 250만원(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 기준)을 주는 육아휴직급여는 고용보험기금 상 실업급여계정에서 갖다 쓴다. 이 계정은 사업주, 노동자가 각각 임금의 0.8%를 보험료로 내고 만든 돈 주머니다.
문제는 실업급여계정이 실업급여 지급에도 쓰인다는 점이다. 올해 코로나19(COVID-19)로 실업자가 늘면서 실업급여계정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육아휴직급여에 사용할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는 대안으로 육아휴직급여를 포함한 모성보호급여 예산에 일반회계 전입금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 기준 모성보호급여 예산 1조5915억원 중 일반회계 부담분은 전체의 13.8%(2200억원)인데 이를 30%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바람대로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세금 투입액은 2200억원에서 4770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한다.
━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가입 시 사업주 연 부담 900억원"━
전국민 고용보험은 특고 고용보험료를 내야 하는 사업주 부담을 키운다. 경영계는 지난 22일 사업주 보험료 분담 비율을 3분의 1로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특고 고용보험 정부 입법안'에 대한 경제계 공동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경영계는 특고와 사업주가 고용보험료를 기존 고용보험 가입자와 똑같이 절반씩 부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영계는 또 특고 직종 중 보험설계사가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되면 사업주 추가 비용 부담은 연간 900억원이라는 전망을 함께 제시했다. 특고가 원하면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을 수 있는 현재 제도를 의무가입으로 전환하는 전국민 산재보험 역시 사업주 보험료 부담 문제가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업주는 고용보험 비용부담이 증가할 경우 자동화, 비대면화, 디지털화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특고 직종 일자리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