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대현 산은 부행장 "아시아나 딜 무산 땐 두 항공사에 4조 넣어야"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이학렬 기자 | 2020.11.26 14:05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딜의 핵심은 항공산업 재편과 고용 보호를 위해 실기(失期·시기를 놓침)하지 않는 것입니다. 인내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항공업 종사자들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항공산업 재편 오랜 고민…양대항공사 통합 지금이 적기"


최대현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부행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고사 위기에 처한 항공산업과 항공업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최 부행장은 왜 하필 이 시점에 양대 국적항공사 통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설명했다. 항공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오래 전부터 고민했고 답은 '규모의 경제'였다는 것이다.

독일 최대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스위스항공, 오스트리아항공, 브뤼셀항공, 에어베를린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프랑스의 에어프랑스는 네덜란스 항공사 KLM을 사들였다. 미국의 델타항공은 노스웨스트항공사와 통합했다.

그는 "중국이 항공산업을 키우는데 우리 항공산업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가 고민의 시작"이라며 "항공업 M&A(인수합병)에서 타 업종의 SI(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항공산업 구조개편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신속히 딜이 성사돼야 한다고 했다.

아시아나를 산은이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솔직한 답도 내놓았다. 최 부행장은 "구조조정을 많이 해 봤지만 산업적으로 (아시아나를) 잘 관리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다"며 "서비스산업, 특히 안전을 다루는 국가기간산업의 항공사를 채권단이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만에 하나 딜이 무산되면 산은은 아시아나를 살리기 위해 출자전환 등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서야 한다. 산은 자회사가 된 아시아나를 되팔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최 부행장은 "산은이 대주주가 되면 공개매각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국가계약법에 따라 이런 딜은 어렵다"고 말했다.



"딜 무산시, 아시아나 5년 내 이자 갚기에도 허덕…통합시 연 3000억원 비용절감"


아시아나가 채권단 관리 아래 놓이면 막대한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다. 최 부행장은 딜이 무산돼 채권단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관리하면 운영자금 1조3000억원을 포함해 내년에 총 4조원 이상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최 부행장은 "국민에 대한 선량한 관리의무가 있는 산은으로선 정책자금을 최소화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정책자금 회수도 중요한데 이대로라면 5년 뒤 아시아나로부터 정책자금 회수가 가능할지조차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 부채가 10조원을 넘어가면 연 이자만 5000억원에 달한다"며 "5년내 이자상환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이고 2027년쯤엔 회사의 밸류(가치)가 남아있을까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대한항공과의 통합이 이뤄지면 리스 등 이자비용과 보험료, MRO(항공정비) 등 분야에서 비용절감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 항공사 통합에 따라 연간 3000억원의 수익증대와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란 삼일PwC의 추정 결과도 공개했다.

그는 또 "해외 항공사들의 평균 탑승객이 미국 3%, 유럽 4% 증가할 때 합병회사들은 미국 12%, 유럽 7% 증가했다"며 "통합에 따른 효과를 입증할 만한 지표들이 있다"고 말했다.



"비행기 안 줄인다…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 부행장은 인터뷰 내내 '고용'을 강조했다. 'KCGI(강성부펀드) 측의 반발'을 예상하고 물은 '이번 딜에서 가장 험난한 단계는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도 '고용'이었다.

최 부행장은 "여러 예측되는 논란을 모두 검토했으나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고용"이라고 했다. 이어 "여행과 관광, 숙박 등 항공산업이 어려워지면 연관산업 고용에 미치는 여파는 엄청 크다"고 덧붙였다.

최 부행장은 항공산업의 '복원력'을 강조하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고 항공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이 없는 게 아니다. 순환 유·무급휴직 등 현재 수준의 '고통 감내'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는 "비행기를 줄이지 않는 한 사람은 줄지 않는다"며 "노후 비행기 등 일부 팔거나 반납해야 하는 비행기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KCGI보다 산은이 더 행동주의…해임하는데 백기사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특혜'나 '백기사'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기업구조조정 실무 담당자로서의 경험을 들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항공업이 어려워지면서 일시적으로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기본적으로 '정상업체'"라며 "그럼에도 조 회장이 1700억원 규모의 한진칼 지분 전체를 담보로 내 놨다"고 했다.

산은은 이를 비롯해 7가지의 경영 감시 장치를 마련했다. 핵심은 '해임권'이다. 경영진을 해임하는데 어떻게 백기사가 될 수 있느냐는 게 산은의 논리다. 최 부행장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경영평가위원회 평가를 통해 한진칼이 'E등급'이나 '2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면 현 경영진을 해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딜의 핵심절차인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는 KCGI 측의 행보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그는 "행동주의라는 분들이 지금까지 (대한항공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했나"며 "국가의 돈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산은이) 더 행동주의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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