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회 '개아빠·냥집사' 함께 일하자

머니투데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 2020.11.25 05:00
12월 24일 설레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우리 가족에게는 또 하나의 기념일이 있다. 바로 둘째 딸 쫑이의 생일이다. 국회의원인 엄마보다도 바쁜 고딩의 삶을 살고 있는 첫째 딸과는 다르게 둘째 딸 쫑이는 매일 집안에서 가사에 전념 중이다.

다음 달 9번째 생일을 기다리고 있는 쫑이는 한겨울 흰 눈 같은 새하얀 몰티즈다. 내 눈에는 아직도 아기 같지만 4살 아들인 몽이에게는 제법 엄마 노릇을 해낸다. 이 녀석 때문에 우리 집은 3대가 모여사는 대가족이 됐다. 쫑이와 몽이는 가족관계증명서에만 등록되어 있지 않을 뿐이지 휴가와 기념일, 그리고 일상까지 함께하는 가족이다.

이 두 녀석은 나머지 가족이 아무리 늦은 시간에 귀가해도 문 앞에서 맞아주고, 휴일에 늦잠이라도 자려 하면 어느새 베개 위로 달려들어 놀아달라 보챈다. 평생 보아온 얼굴이건만 이 아이들은 매일이 새로운 듯 나와 온 가족에게 애정 공세를 쏟아낸다.

지치지 않는 이 녀석들의 사랑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생각해 보니 시간의 차이가 있었다. 소형 반려견의 수명은 평균 15년 정도이다. 사람의 수명을 평균 80으로 보고 단순 비교를 해보면 9살 쫑이는 50대 중반, 4살 몽이는 벌써 30대에 접어든 것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사람의 하루는 반려견에게 5일 정도의 시간이다. 아침에 집을 나가 저녁에 돌아오는 나의 하루는 쫑이와 몽이에게 있어 3~4일의 기다림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우리를 맞이하는 녀석들은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고 잠자는 시간마저 아까워 아침마다 베개로 뛰어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들의 시간은 우리보다 빠르고, 사랑의 농도 역시 우리보다 더 짙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 되고 또 하나의 가족인 반려동물을 위한 정책들을 살펴봤다. 동물을 위한 복지와 경제를 위한 산업의 분야에서는 이런저런 정책들이 보였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 즉 문화에 대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라고 하지만 정작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영역에 대한 정책은 부족했던 것이다.

지난 주말 쫑이와 몽이를 데리고 국회를 찾았다. 국회 외각에 조성된 산책로라도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출입부터 제지당했다. 평상복을 입고 있었고 굳이 내가 국회의원이란 것을 밝히지도 않은 터라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조차 반려동물과 그 가족에게 얼마나 폐쇄적인지 직접 체험 할 수 있었다.


복지의 영역인 동물권(Animal rights)과 관련 산업(Petconomy)의 성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삶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집 안에서만의 반려 가족이 아니라 집 밖에서도 가족이 되기 위한 정책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관련 현황을 살펴보면 '인구 1500만', '산업 규모 6조원', '21대 국회 발의 법안 12건', '관련 정부 예산 90여억 원' 등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과 반려인, 그리고 비반려인까지 아우르는 사회적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103명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의원들을 찾아봤다.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확인한 바로는 15명 정도인 듯하다. 전체의 15%에 이르는 수치다. 국회에서는 근엄한 중진이자, 상임위에서는 날카로운 저격수를 자처하시는 의원들이 집에 돌아가면 '개아빠', '냥집사'가 되어 방바닥을 뒹구신다는 얘기에 미소가 지어진다.

조만간 이분들과 함께 만나기로 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발전과 복지의 확대,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삶이라는 문화의 정착을 위해 국민의힘 차원의 역할을 고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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