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첨단 무인군용차 '가위바위보'로 수주…방산업계 "황당"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 2020.11.25 05:20
방위사업청이 군의 첨단 무인군용차 사업 낙찰자를 '가위 바위 보'로 정했다. 방위산업 낙찰자를 객관적 기준이 아닌 가위 바위 보로 정한건 사상 처음이다. 수 천 억원 규모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의 사업자를 주먹구구로 정했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방산업계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2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최근 다목적무인차량 신속시범획득 2차 사업에서 가위 바위 보를 통해 현대로템을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했다. 다목적무인차량은 군의 수색·정찰 및 화력지원, 전투물자 보급, 환자 후송 등 목적에 맞춰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전력이다.

신속시범획득사업은 민간분야의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선제적으로 구매해 빠르게 시범 운용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군에 도입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관련 기술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더 신속히 획득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이번 다목적무인차량 신속시범획득사업은 기술·가격 동시입찰로 진행됐다. 군에서 요구하는 기준만 통과하면 최저 가격을 제안한 업체가 바로 낙찰되는 것이다.

문제는 입찰 기업이 똑같은 가격을 제시할 때 벌어진다. 이 경우 추가 옵션을 평가하는데, 만약 이 옵션 성능까지 동일하다면 방사청은 입찰 업체들에게 가위 바위 보를 시켜 낙찰자를 정한다. 전자조달시스템에 가위 바위 보 중 하나를 입력하게 해 그 승패에 따라 낙찰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번에 다목적무인차량 입찰에 참여한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도 군에서 요구한 기준치를 모두 통과하고 가격과 옵션이 동일해 가위 바위 보로 최종 낙찰자를 결정했다. 가위 바위 보에서 현대로템이 이겨 최종 낙찰자가 됐다.

이번 사업은 신속시범사업이어서 다목적무인차량 2대만 도입하기 때문에 예산은 38억3600만원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다목적무인차량 및 자율주행 시스템 도입의 출발점이 되는 사업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군은 다목적무인차량을 전력화하겠다는 장기 전력 소요 초안을 마련해둔 상태다. 앞으로 추가 사업 규모는 수 천 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번 사업 낙찰자가 향후 후속 사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이번 수주전의 결론이 가위 바위 보로 결정되면서 방사청이 연구실적이나 기술력을 면밀히 평가하지 않고 낙찰자를 뽑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술 점수와 가산점을 세분화하지 않고 일정 기준만 통과하면 동점을 주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군 핵심 미래전력 사업을 가위 바위 보로 정했다는 것 자체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책과제에 뒤늦게 신속시범획득사업을 적용하는게 세금 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로템과 경쟁해 낙찰에 실패한 경쟁사는 2016년부터 군과 다목적무인차량 관련 국책연구사업을 수행 중이었다. 그러나 국책과제였던 다목적무인차량 사업이 신속시범획득사업에 포함되면서 중장기 개발 로드맵이 변경돼 적잖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는 "이미 국책과제를 통해 중장기 로드맵까지 나온 사업인데 정부 예산이 중복적으로 들어가 세금이 낭비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국방 사업을 가위 바위 보로 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기술 완성도를 평가해 차등을 두는 식으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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