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인데 시속 50㎞…하루하루가 아찔한 구평초 학부모들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11.24 07:06

교통 흐름 방해 이유로 시속 30㎞ 적용 못 해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학생들이 하차하고 있다.2020.10.28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디 안전하게 다녀와'라는 말이 아침 인사가 돼 버렸습니다."

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인근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들로 인해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등하굣길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뉴스1 10월29일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구평초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은 시속 30㎞ 이하 규정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교 및 유치원 주출입문에서 반경 300m 이내의 주통학로를 스쿨존이라고 부른다.

통상 스쿨존 제한속도는 시속 30㎞ 이하지만, 구평초같이 등하굣길이 열악한 경우 시장 또는 군수 재량으로 반경 범위를 최대 500m까지 확대할 수 있다.

실제 구평초 스쿨존 구역은 반경 500m까지 확대해 화신아파트 정문 입구에서 구평치안센터까지다.

하지만 부산시 등이 보행자 안전을 위해 지난해 11월11일부터 시행한 '부산안전속도 5030' 정책으로 스쿨존에서는 시속 30km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나 구평초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부산안전속도 5030은 시내도로의 최고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춰 인명사고를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보행자가 많은 시내 주요도로의 경우 시속 50km, 보호구역 등 이면도로는 30㎞로 제한하는 것이 정책의 골자다.

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스쿨존 지정 구역.(구평초 제공) /© 뉴스1

구평초 앞 '사하로'(스쿨존 포함)는 낙동대로와 을숙도대로를 잇는 간선도로 역할을 해 30㎞/h로 낮출 시 통행 흐름에 악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5030 정책 심의 당시 기존 60㎞/h에서 50㎞/h로 조정됐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실시한 정책이 역설적이게도 아이들의 안전보다 '원활한 교통 흐름'을 우선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점은 분명하지만 교통 측면에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30㎞로 하향할 경우 주변도로와의 속도 차이가 크게 나게 돼 시속 50㎞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구평초 학부모들은 매일 위험한 등하굣길을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불안을 느껴 스쿨존 제한 속도 30㎞/h로 강화해달라는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불가능하다는 말뿐이다.

임경미 구평초 학부모회장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데 왜 속도 제한을 강화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아이들이 하차하는 버스정류장 근처는 가파른 내리막길과 급커브길이라 속도를 조절하기 어려운 구역이다. 비 오는 날은 시야 확보가 안돼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스쿨존에서 대형 화물차량이 지나가고 있다.2020.10.28 /뉴스1© 노경민 기자

심각성은 정치권도 인지하고 있다. 올해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구을)은 "구평초는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등하굣길"이라며 "교사들마저 기피하는 학교다"고 지적했다.

안전 문제에 대한 인식은 학교에까지 번졌다. 당분간 시속 30㎞로 하향하기 어렵다면 커브길 인근에 부족한 과속방지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기됐다.

홍지태 구평초 교장은 "학생들의 안전과 생명권을 생각하면 시속 30㎞로 제한하는 것이 맞다. 특히나 여긴 곡선도로가 많아 급커브 위험이 커 더욱 속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과 같이 강화된 어린이보호구역 조치에도 스쿨존 사고가 끊이지 않자 규정 속도를 대폭 낮춰 어린이의 안전을 보호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실제 '안전속도 5030'을 실시 중인 서울시가 스쿨존, 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을 제한속도를 30㎞/h에서 20㎞/h로 하향하는 '서울형 안전속도 532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3. 3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4. 4 22kg 뺀 '팜유즈' 이장우, 다이어트 비법은…"뚱보균 없애는 데 집중"
  5. 5 "이대로면 수도권도 소멸"…저출산 계속되면 10년 뒤 벌어질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