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못 읽는 사람들이 이리 많을 줄은 몰랐다. 안 팔고 버틴 당신들, 대단합니다. 덕분에 돈벌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 쌍용양회우(쌍용양회 우선주) 종목게시판에 올라온 한 글이다. 주당 9300원씩에 강제 유상소각에 들어간다는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쌍용양회우에 대한 매수세가 몰려들며 주가가 한 때 8만6100원까지 치솟았던 것을 비꼬는 멘트다.
쌍용양회는 지난달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우선주 유상소각 방식의 감자 승인안을 통과시켰다. 주당 9300원씩 주주에게 돌려준 후 우선주 전부를 상장폐지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쌍용양회 최대주주 한앤컴퍼니는 지난 6월 장내매수를 통해 우선주 지분 80.3%를 보유하고 있었던 터였다.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지부율 요건은 95%이지만 이와 별도로 종류주(우선주 등) 주주총회를 통해 상장폐지 의결이 가능하다는 점은 그간 수차 공시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같은 경고는 무시됐다. "자발적 상장폐지가 가능한 지분율 95%를 채우려면 한앤코가 웃돈을 주고서라도 우선주를 사들여야 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인터넷에 떠돌아 다녔다. 우선주 상장폐지 안건이 통과된 이후인 지난달 16일에 쌍용양회우는 장중 8만61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11일부터 쌍용양회우는 거래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한앤코의 장중 우선주 매입도 이날로 종료됐다. 이날 종가 기준 쌍용양회우의 주가는 2만5300원. 마지막 날 이 주식을 2만5300원에 샀던 이들은 63%의 손실이 확정된다. 그나마 이 경우는 낫다. 지난달 16일 장중 고점(8만6100원)에 샀다가 지금껏 들고 있는 주주는 90% 가량 손실을 면치 못하게 됐다.
개인 투자자들의 급증은 올해 코로나19(COVID-19) 쇼크를 딛고 국내 증시가 역대 최고점 기록을 갈아치우게 하는 원동력이 됐지만 준비되지 않은 이들의 피해도 속출하기도 했다. 특히 비이성적인 '묻지마 투자'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 달 BTS(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가 상장했다가 주가가 폭락했을 당시에는 "빅히트 주식을 어떻게 환불해야 하느냐"는 인터넷 게시글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우선주 가격이 불과 몇 달만에 수십배 뛰어오르는 모습도 올해 시장에 이슈가 됐었다. 앞서 국제원유 가격이 급등락했을 때는 원유 ETN(상장지수상품) 등의 가격이 국제유가와 극심한 괴리를 보였음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비합리적 매매 행태는 올해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도 선거철이면 유력 후보들의 이름을 딴 각종 테마주들이 난립하고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다가 사라지는 모습이 잇따랐다. 다만 올해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빈도도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 발달로 비대면으로 계좌를 손쉽게 개설할 수 있게 된 데다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을 통해 누구나 돈만 있으면 주식, 채권, 금, 해외주식 등을 사고팔 수 있게 됐다"며 "반면 투자상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채널은 극히 부족하다보니 준비되지 않은 이들이 투자 리스크게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투자업에 대한 신뢰부족이 각종 비공식 정보에 대한 욕구를 키우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며 "금융지식을 높이기 위한 업계와 당국, 투자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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