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휴지, 생리대 치우다 쥐 열댓 마리가…" 어느 환경미화원의 고충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 2020.11.23 08:54
지난 10월 서울의 한 재활용센터에 쓰레기가 산더미 처럼 쌓여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뉴스1

"똥휴지, 생리대, 기저귀 이런 것들 다 손으로 일일이 만져야 된다…쓰레기 더미에 들어가면 일단 발이 무릎까지 빠지고 한 발 디딜 때마다 쥐 열댓 마리가 쓰레기 속에서 튀어나온다"

현직 환경미화원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일하면서 느낀 고충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본인을 경쟁률 16 대 1에 달하는 시험을 보고 들어간 현직 환경미화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20일 '안녕하세요. 현직 환경미화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제가 근무하는) 시에서는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수거 및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환경미화원(공무직)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거 쓰레기차에 매달려서 수거하는 거는 솔직히 별로 안 힘들다. 진짜 힘든 건 매립장에서다"라며 고충을 밝혔다.

A씨는 "일단 그 많은 쓰레기봉투들 전부 다 일일이 깐다"며 "그리고 태울 수 없는 것들은 전부 빼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분류하는 작업이 진짜 진 빠질 정도로 힘들다"며 "그 후에 분류해놓고 소각할 쓰레기들은 구덩이에 모으는데 그걸 집게가 못 집는 범위에 있는 것들은 집게가 집을 수 있게끔 안에 들어가서 눈삽으로 퍼야 된다"고 했다.


A씨는 "쓰레기 더미에 들어가면 일단 발이 무릎까지 빠지고 한 발 디딜 때마다 쥐 열댓 마리가 쓰레기 속에서 튀어나온다"며 "전날 과음하면 음식물 쓰레기 치우다가 무조건 게워낸다. 연차가 쌓여도 비위는 안늘더라"고 털어놨다.

또 "다들 여름에는 매립장에서 마스크 안 쓰고 숨 쉬면 공기가 아니라 파리를 마시게 된다"며 "일하다가 잠깐 옷을 보면 구더기들이 달리기 시합하고 있다"고 적었다.

지난 10월 서울의 한 재활용센터에 쓰레기가 산더미 처럼 쌓여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뉴스1

그러면서 A씨는 "일반 쓰레기 봉투에는 태울 수 있는 것만 넣어달라"며 " 캔, 유리, 고철, 의류, 신발, 옷걸이, 소형가전제품 정도만 안 넣으시면 감사하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 돈(세전 4800만원) 받고 이 일을 하냐는 분도 계시는데 저는 삼남매의 아빠이자 가장"이라며 "기존에 중견기업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시험 보고 들어왔다. 육체는 고되지만 적어도 마음적인 부분은 안정이 된다"고 했다.

이 글은 해당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고, 누리꾼들은 "고생이 많으시다. 깨끗한 환경을 위해 애써주셔서 항상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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