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개와, 반려견 똘이가 똑같았다[체헐리즘 뒷이야기]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20.11.23 04:30

개는 반려동물 인식 대다수인데, 축산법에선 여전히 '가축'…도살 사각지대 문제

편집자주 | 2018년 여름부터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봐야 안다며, 마음을 잇겠다며 시작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자식 같은 기사들이 나갔습니다. 꾹꾹 담은 맘을 독자들이 알아줄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러나 숙제가 더 많습니다. 차마 못 다한 뒷이야기들을 가끔씩 풀고자 합니다.

인천 계양산 개농장서 구한 개(왼쪽)와 반려견 똘이(오른쪽). 가축과 반려동물의 차이는 대체 무엇인가. 왜 여전히 축산법상 개는 가축일까./사진=남형도 기자
13일 오후, 인천 계양산 개농장에 남겨진 192마리 개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날 저녁엔 반려견 똘이(6살, 몰티즈)를 만났다.

둘은 똑같았다. 빤히 바라보는 눈빛, 뒤로 젖힌 귀, 세차게 흔드는 꼬리, 점프해 앞발로 매달리는 것까지. 생김새가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반갑고 당신이 좋다'는 것.

그래서 반려동물이라며 사람 가까이서 산다. 이미 반려 인구가 1000만명이 넘었다. 산책도 하고, 옷도 입히고, 미용도 하고, 사진도 찍고, 곁에서 잠도 잔다. 병원비는 사람보다 더 비싸다. 새까만 밤에도 다가와 반기며, 힘들 땐 옆에서 가만히 기댄다.
인천 계양산 개농장의 뜬장에 있던 작은 강아지(아래)는 시민들에게 구해져 미국의 새 보호자(위)를 만났다. /사진=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lotte250dogs)
그런데 축산법상 개는 여전히 '가축'이다. 농장서 대량으로 기르는 동물(관습상)이란 거다. 개농장(전국 3000여개 추산)도 그런 맥락에 속한다. 대다수가 뜬장(땅에서 떠 있는 철창)서 살며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다. 그러다 때가 되면 도살장으로 가 개고기가 돼 먹힌다.

보신탕을 먹고 들어와 반려견과 놀아주고, 개랑 산책하다 옆집에선 개를 도살하는 걸 보는 게 가능하다. 과연 이 법(法)을 그대로 둬도 괜찮은가.



반려동물이란 인식에도…법은 48년째 그대로


계양산 개농장 뜬장에 갇혀 있었던 개들. 여전히 192마리가 남아 있다./사진=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
개가 축산법상 가축에 포함된 게 1973년, 48년째 바뀌지 않은 탓이 크다.

그러나 그동안 반려인구가 급증하며 개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495만 가구서 598만 마리의 개를 키운다(농림축산식품부 지난해 통계). 올해 인구주택총조사엔 "반려동물을 키우느냐"는 질문이 처음 들어가기도 했다.

반면 개식용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와 닐슨코리아가 같이 한 조사(10월22일 발표) 결과 응답자 1000명 중 83.8%는 '개고기를 소비한 적이 없고 향후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동물자유연대와 카라가 응답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개고기를 안 먹는다'는 응답이 86.9%에 달했다. 개고기를 먹었단 사람 중 74.4%도 '주변 권유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각지대서 벌어지는 '도살'


인도에서 식용 목적으로 운송되는 개들 모습. 이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퍼지자 인도 나갈랜드 주에서는 개의 지육 수입, 판매, 거래를 금지했다./사진=동물해방물결

개가 가축이니 대량으로 키울 수 있게 해뒀다. 전국 3000여개에 달하는 개농장(약 100만마리 추산) 말이다. 이들은 식용을 목적으로 주로 키우고, 도살장으로 보낸다.

그런데 도살장을 허가하고 관리할 법은 또 없다. 관련법이 축산물 위생관리법인데, 해당 법에선 또 개가 가축이 아니어서다. 그러니 허가 받지 않은 도살장에서 개를 도살해도 처벌도 못한다.

이를 막을 건 동물보호법 하나 뿐인데, 규정마저 애매모호하다. 동물학대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것'이라던지,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것'이란 표현을 써뒀다.

그러니 사법부에선 오랜 기간 동안 개식용이 전통이란 식의 이유를 붙여 처벌하지 않았다. 동물자유연대는 올해 낸 '개 전기도살 백서'에서 "반려동물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법의 언어는 여전히 '개고기는 전통'이란 문장에 갇혀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최근엔 개를 묶고 380볼트(V)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입에 대 죽인 개농장주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처벌은 벌금 100만원(선고 유예 2년)에 그쳤으나, 이후 지자체들 사이에선 전기 도살 행위를 단속하는 게 늘었다.



청와대가 했던 2년 전 '약속'


2018년, 축산법 정비 검토를 약속했던 최재천 당시 청와대 농업비서관./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법을 개정하려는 노력도 계속 있어왔다.

제20대 국회에선 △축산법상 가축서 개를 제외하는 법안(이상돈 전 의원 대표 발의) △개 도살 금지 법안(표창원 전 의원 대표 발의) 등이 발의됐었다. 법의 괴리를 없애고, 반려인과 개농장주 사이 사회적 갈등을 줄이잔 취지였다. 그러나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청와대도 2018년, 청원 답변에서 관련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당시 최재천 청와대 농업비서관은 "정부가 식용견 사육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 받는 측면도 있다"며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관련해 달라진 건 없었다. 관련 종사자 생계 대책을 감안해 신중할 수 있으나, 관련법을 바꾸겠단 정부의 사회적 논의 자체가 없었다.



"소, 돼지는 안 불쌍하냐"는 반론에 대해


/사진=뉴스1
"개만 불쌍하고, 소나 돼지는 안 불쌍하냐"는 반론에 대답한 이가 있다.

멜라니 조이 작가는 저서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서 "소와 개가 근본적으로 달라서가 아니라, 그들에 대한 우리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라는 존재와 대면하는 건 쇠고기를 먹거나 쇠가죽 옷을 걸칠 때이고, 개들과는 놀고 선물을 사주며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이란 것이다. 예컨대, 골든 리트리버 고기라 했을 때 마음 속에선 던져진 공을 쫓아 마당을 이리저리 뛰거나, 조깅하는 보호자를 따라 달리는 모습이 감정이입 된다고 했다. 반면 쇠고기를 마주했을 땐 평균적으로 살아 있는 소를 상상하지 않고, 음식으로 생각한다는 것.

소에 대해서도 "살아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면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며 차마 먹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해당 동물이 살아 있는 모습과 닮았을 땐 먹기를 불편해한단 덴마크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덩어리보단 잘게 간 고기를 선호한단 것이다.

김한민 작가도 저서 <아무튼, 비건>에서 "우연히 충청남도로 놀러갔다가 소의 눈동자를 봤다. 눈망울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는데 나를 뚫어져라 응시했다"며 소고기를 끊게 된 계기를 이야기 했다.



육식주의서 '공감'으로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말미에 이런 사례가 있다.

1995년 뉴잉글랜드 도축장서 젖소 에밀리가 탈출했다. 1.5m 높이 울타리 위로 700kg 가까운 몸을 날렸다. 녀석은 40일 밤낮을 추위 속에서 버텼다. 도망친 에밀리를 시골 마을 사람들이 숨겨주고, 먹을 풀을 내다줬다. 한 부부는 에밀리의 어려움을 알고 녀석을 사겠다고 했다. 도축장 주인은 이 얘기에 감동해 단돈 1달러에 팔았다.

멜라니 조이 작가는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에밀리 얘기를 듣고 고기 먹기를 그쳤다고 했다"며 "그들 내부의 육식주의 방어기제들이 무너지고 동물에 대한 공감으로 대체된 것"이라고 했다.

에밀리는 남은 생을 보내다 열 살 때 자궁암으로 죽었다. 장례식 추도사는 이랬다.

"너의 크고 빛나는 갈색 눈동자는 어떤 말보다도 많은 걸 전했다. 모두를 감싸 안는 공감의 절박한 필요성을 너는 말없이 증언했다. 에밀리, 우리는 네게 마지막 인사를 고하지 않으련다. 모든 존재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지니게 될 때까지."
지난해 천안 개도살장에서 발견된 설악이(왼쪽) 모습, 입양 후 모습(오른쪽)./사진=동물해방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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