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을 이용해 자신의 견해를 전하지 말아주세요. 한국에서 활동을 멈춰주세요."
지난해 8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를 두고 중국 옹호 입장을 밝힌 중화권 출신 K팝 아이돌들에게 이러한 원성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홍콩 경찰 지지, 즉 중국 본토의 대응 방식에 찬성 입장을 나타낸건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갓세븐 잭슨, 엑소 레이, 워너원 출신 라이관린, 우주소녀 성소 등이었다.
SCMP는 "K팝 팬들 중 일부는 중국 시장의 가치가 홍콩 보다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발언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라면서도 "중국에 대한 충성 맹세에 K팝 팬들이 크게 반발했고, 갓세븐은 결국 홍콩 공연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 K팝 팬들에게 큰 실망과 혼란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이러한 원성은 팬들의 거대한 함성으로 확대됐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밴플리트상을 수상하면서 6.25전쟁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함께 시련을 겪었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중국에선 중국군의 희생을 무시했다며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정부 차원에서의 검열도 가해졌다. 중국의 BTS 때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K팝 팬심은 오히려 더 무섭게 불타는 양상이다. 홍콩 시위 문제와 같이 중국이 민감해 하는 사안에 대한 관심과 지지만 커지고 있다.
빈과일보는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팬들은 이같은 장면을 본 후 '너무 많은 우연은 우연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면서 "팬들은 BTS가 중국 본토 네티즌들과 공격과 불매운동을 무시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반색하고 있다. 너무 명백해 보이지만, 오해라 할지라도 이건 아름다운 오해"라고 전했다.
SCMP 또한 소셜미디어에서 수많은 K팝 팬들이 BTS의 노란우산을 홍콩 시위 지지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으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이를 두고 또다시 BTS를 비난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 K팝팬은 SCMP에 "이번 홍콩 시위와 관련해서 난 한국인들을 정말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빈과일보의 기사에도 "BTS를 응원한다"거나 "진정한 K팝은 하나의 시장에 압도 당하지 않는 것" 등의 지지 댓글이 올라왔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인 '우산혁명'을 이끌었던 운동가 조슈아 웡도 지난달 스스로를 '아미(BTS 팬덤)'이라고 밝히면서 BTS의 한국전쟁 발언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전세계 아미들은 BTS 곁에 서서 굴하지 않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도 했다.
워싱턴포트스트(WP)는 중국의 BTS 때리기를 두고 "중국이 BTS에 도전했다 완패했다. BTS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중국의 실수"라고 했고, 포린폴리시(FP)는 '아미'가 반중 누리꾼 집단인 '밀크티 동맹'에 합류하면 아시아에서의 반중정서가 극대화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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