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올라서 손실? 울상짓는 기업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20.11.20 04:05

CB·BW·전환우선주 등 전환권(옵션), 주가 오를수록 손실 반영폭 증가.. 흑자기업이 대규모 순손실 기업 되기도

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헬싱키·르아브르 호 르포 / 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

과거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채권을 발행했던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울상을 짓는다. CB의 전환청구권, BW의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 대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해당 권리(옵션)의 가치가 높아졌고 회계기준에 따라 해당 권리의 가치상승분이 고스란이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된 탓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결산보고서 제출을 전후해 17개 상장사들이 파생상품 거래 손실 발생 사실을 공시했다. 코스피에서는 HMM과 비티원 등 2개사가, 코스닥에서는 수젠텍, 소마젠, 유바이오로직스 등 15개사가 있다.

해운업체 HMM은 올 3분기 1조7185억원의 매출에 277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런데 당기순이익은 246억원에 그쳤다. 증권업계의 순이익 전망 평균치(2605억원)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3분기에만 1154억원에 달한 탓에 순이익이 확 줄어든 것이다. 이 손실의 규모는 HMM 전체 자기자본(1조5921억원)의 7%가 넘는 큰 규모다.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제외한 게 매출총이익이고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외한 게 영업이익이다. 여기에서 다시 금융손익을 빼고 법인세를 제하면 순이익이 된다. 파생상품 평가손실은 이 영업외손익에 해당하는 금융손익에 잡힌다.


2771억원의 영업이익이 있었음에도 순이익이 246억원에 그친 것은 2016년 12월 HMM이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의 전환청구권 때문이었다. 당시 CB의 전환청구권 행사가액은 5000원, 현재 주가(1만255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금 당장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 CB투자자는 150%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 CB의 전환청구권은 내년 6월말까지 행사가 가능하다.

현행 회계기준은 CB 전환청구권, BW(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 등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옵션)의 가치를 매분기말 평가해 이를 손익계산서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행사가격에 비해 주가가 오를수록 비용이 더 커지는 구조다. 주가가 빠지면 되레 파생상품 거래 이익이 발생해 손익계산서에 반영이 된다.

회계상 정의에서 비용은 기업에서 자산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항목으로 정의가 되지만 이 전환청구권, 신주인수권과 관련한 비용은 현금유출이 없다. 이 때문에 HMM도 3분기 보고서를 내던 날 별도의 공시를 통해 파생상품 손실 사실을 알리면서 "현금유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별도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손익계산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인 초록뱀은 올 3분기 3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는데 당기순손실 규모는 506억원에 이른다. 2018년 발행한 전환우선주, 지난해와 올해에 거쳐 발행한 CB의 전환청구권의 가치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모바일 통신부품 등을 만드는 알에프텍도 3분기 39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지만 지난해 초 발행한 CB 전환청구권과 관련한 평가손실 170억여원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4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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