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투자 3배 늘려야 주파수 할인?…"우리가 우사인볼트냐" 읍소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20.11.18 06:00

5G 무선국 현재 5만국 수준에서 2년 내 15만국으로 늘려야 3.2조원 책정…정부 "주파수 가치 극대화 책임"

정부가 내년 이용기간이 끝나는 3G·LTE 이동통신 주파수 310MHz(메가헤르츠) 폭에 대해 재할당 대가(갱신료)로 통신 3사로부터 5년간 약 3조2000억~3조9000억원을 받기로 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무선국 투자에 연동해 가격을 할인하는 새로운 옵션 방식도 도입했다. 과거 10년치 재할당 산정방식 정보공개 청구 등 집단행동까지 나섰던 이통사들의 반발을 줄이면서 5G 투자를 활성화해 내수 진작 효과를 노리겠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통신업계는 정부의 절충안마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갱신료가 통신사들이 애초 산출한 적정가격(1조6000억원)의 2배가 넘고, 정부가 설정한 5G 투자 옵션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5G 투자 따라 LTE 주파수 재할당 가격 깎겠다는 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공개 설명회를 갖고 정부가 마련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가 마련한 세부 정책방안에 따르면, 기존 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5년 기준) 산정 시 과거 경매 대가를 반영하면 약 4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이보다 최대 27%까지 낮춘 약 3조2000억원을 재할당 대가로 산정했다. 5G 도입 영향에 따른 가치 하락요인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대신 5G 투자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무선국 투자 규모에 따라 할인 폭을 차등 적용하는 옵션을 제시했다. 2022년 말까지 구축되는 5G 무선국 개수를 점검해 사업자당 15만국이 넘으면 3조2000억원 그대로 부과되지만, 이에 미달할 경우 옵션 가격에 따라 추가 정산받겠다는 것이다. △6만국 이상~9만국 약 3조9000억원 △9만국 이상~12만국 약 3조7000억원 △12만국 이상~15만국 미만 약 3조4000억원 등으로 할당 대가를 차등화하겠단 얘기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주파수는 정부의 임대사업으로,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책임"이라며 "많은 국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만큼 연구반을 통해 이번 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1조 아끼려면 10조원 더 쓰라?" 난색 표하는 이통3사


업계는 정부가 전파법상 재할당 산정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그간의 지적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는 대신 오히려 논란이 더 많은 새로운 기준을 발표해 혼란을 부채질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법적 근거없이 LTE 주파수 할당에 5G 무선국 투자 연계 조건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위법 논란을 부를 수 있다"며 향후 행정소송까지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우선 업계는 애시당초 정부가 경쟁수요가 가장 많이 반영된 과거 경매대가를 반영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고 입을 모았다. 절충가격이 업계 추정 적정가(1조6000억원)의 2배를 웃도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상헌 SK텔레콤 CR센터 정책개발실장은 "이번 재할당 대가 산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앞으로 사용할 주파수 대가 결정에 있어서 향후 사업전망과 매출 같은 지표보다는 10년도 더 지난 과거 경매결과를 참고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11년과 2013년 경매됐던 1.8GHz 대역은 LTE 출범 초창기 주파수가 부족했던 시기에 과열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이 때의 높은 가격을 지금 반영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순용 KT 정책협력담당은 "과거 경매 낙찰가를 시장가격이라고 해서 가져오는 것은 주파수 경매제도에 맞지 않는다"며 "주파수 재할당 받을 때 과거 경매가격이 고스란히 부담이 된다면 앞으로 어떤 사업자가 경매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나"며 반문했다.

정부가 옵션으로 책정한 5G 투자 규모 역시 현실성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이통사들의 5G 무선국 개수는 5만개 수준이다. 무선국은 동일 장소에 설치된 여러 개 5G 기지국을 한개로 합쳐서 관리하는 단위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맞춰 5G 전국망 조기 구축을 위해 향후 3년간 25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해도 사업자당 7만~8만개 구축에 그치는데, 15만개 이상 무선국을 구축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수치라는 주장이다.

이상헌 실장은 "보통 사람에게 두달 안에 100미터 달리기에서 우사인볼트보다 좋은 기록을 내라고 한뒤, 기록보다 늦었을 때 0.5초당 2000만원씩 벌금 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최소한 몸을 만들 시간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비유했다.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상무)도 "5G 기지국 하나 구축하는 데 2000만원이 든다. 무선국 하나에 최소 기지국 장비가 2개 이상 들어가니까 10만국 설치에 2조 가량 들어가는 것"이라며 "현재 5G 가입자가 그만큼 없는데 어떻게 미리 그렇게 대규모로 투자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5G 무선국 수치보다는 매출로 직결되는 5G 트래픽 증가량이나 LTE 가입자의 5G 서비스로의 전환 비율을 따져 할당 대가를 차감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영길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주파수 가치라는 게 특성에 따라 시점마다 다 달라서 방정식처럼 딱 규정을 정해놓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오늘 주파수 재할당에 대해 총론을 논의한 것이고, 부분적으로 검토 사항을 반영해서 빠른 시일 내에 사업자 재할당 신청에 문제가 없도록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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