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간 합병심사를 앞두고 요기요 매각 카드를 꺼냈다. 요기요를 매각해 독점논란을 해소해야 기업결합을 승인하겠다는 조건부 승인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사실상 불승인과 같은 의미로까지 해석된다. 예상치 못한 공정위의 초강수에 DH는 고민에 빠졌다. 자사의 배민 인수 취지에 벗어나는데다, 요기요를 쿠팡 등 다른 사업자가 인수할 경우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극적으로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다면 DH로서는 배민을 얻기위해 요기요를 매각해 모든 실익을 포기하거나 불복소송 또는 합병철회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
DH, 배민과 합병 시너지 무산 우려…쿠팡이 요기요 인수시 출혈경쟁 불가피━
앞서 DH는 지난해 12월 배민을 4조7500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하고 기업결합 신고서를 접수한 바 있다.
DH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DH로서는 공정위의 요기요 매각요구를 받아들이고 기업결합을 마무리하는 방안과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서거나 아예 기업결합 자체를 취소해야하는 방안들 사이에서 고민해야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타격이 불가피하고 진행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DH는 일단 공정위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함께 전원회의에서 적극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DH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을 따를 경우) 기업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의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려는 DH의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음식점 사장님, 라이더, 소비자를 포함한 지역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기요는 DH의 국내 핵심 사업체다. DH가 요기요를 매각하면 단숨에 시장점유율 30%의 2위 사업자가 탄생하게 된다. DH 입장에선 자회사가 새로운 경쟁자가 된다. 이 때문에 DH는 배민과의 기업결합 취지를 퇴색시키는 합병 불승인 조치와 같다고 주장한다. 1위 사업자인 배민 인수를 통해 한국내에서 양사간 출혈경쟁을 막고 아시아 시장 개척 등 시너지를 창출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는 셈이다.
배달 업계 관계자는 "DH로선 공정위의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국내 시장을 확대하겠다던 합병의 목적이나 취지가 사라진 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조건을 수용한다 해도 매각 작업이 만만치않다. 현재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이 배민의 절반인 30%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요기요의 가치는 2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최근 배달시장 경쟁 구도상 인수자를 찾기 쉽지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쿠팡 이츠는 지난해 9월 이용자가 34만1618명에서 올해 9월에는 150만722명으로 1년새 339.3%나 증가했다. 현재 시장 점유율을 6.8%다. 폭발적 성장세의 쿠팡 이츠와 2위 사업자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배민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
공정위 초강수에 DH 불복소송 또는 합병 철회 가능성도━
합병이 최종 무산될 경우 양측의 내상이 상당할 전망이다. DH와 배민(우아한형제들)은 일단 공정위 합병승인 무산시에 대한 계약조건이나 후속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양측이 그 부분까지는 계약에 포함하지 않았다거나 계약금 몰취없이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있다. 결국 상황을 다시 논의해야할 가능성이 크다. 양사는 합병을 전제로 싱가포르에 DH와 김봉진 대표 등이 절반씩 출자해 조인트벤처인 '우아DH아시아'를 세우기로 했었는데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
배민 앞날은...엑시트 또는 사업 확대? ━
배민은 신중한 모습이다. 배민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위와 DH 간 논의 사안”이라며 “만약 전원회의에서 배민 입장이나 해외 진출 필요성을 묻는다면 최선을 다해 응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 수수료 인상을 우려하는 음식점주들이 많은만큼 철저히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소상공인 위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방향 아니겠나"라며 "이런 이유로 조건부 승인은 예상됐지만 자회사 매각 조건은 놀랍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