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6번째 계열 분리를 추진하면서 계열사별로 또다른 출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룹 지주사인 ㈜LG를 비롯해 LG그룹 주요 계열사는 이르면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LG상사와 LG하우시스, 판토스를 계열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현재 고문)이 이들 계열사를 가져간다. 구 고문은 ㈜LG 지분 7.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1조원 규모의 ㈜LG 지분을 넘기고 ㈜LG가 보유한 LG상사 지분 25%, LG하우시스 지분 34%를 확보하는 주식 스와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LG상사와 LG하우시스 시가총액이 각각 7100억원, 5800억원으로 구 고문이 LG상사 지분 25%와 LG하우시스 지분 34%를 확보하고도 5000억~6000억원의 자금이 남는 만큼 반도체 설계 계열사인 실리콘웍스와 화학소재 제조사 LG MMA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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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화학 중심 경영 본격화━
LG상사가 지분 51%를 쥔 물류 계열사 판토스의 경우 그동안 LG전자, LG화학 등 그룹 계열사 내부거래비율이 60%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대상으로 거론됐다는 점에서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LG 내부 소식에 밝은 재계 인사는 "구 고문이 그룹 전략 부문을 맡았을 때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던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부문을 원했지만 그룹의 차세대 주력사업이라는 점에서 결국 상사 부문을 떼내가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달 말 계열 분리 안건이 이사회에서 의결되면 구광모 회장 시대의 LG그룹은 전자와 화학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점이 좀더 명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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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사 사옥 이전 당시부터 가능성 솔솔━
LG그룹은 장자 상속 전통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3대 경영을 이어왔다.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장남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고 선대 회장의 형제들은 계열 분리하는 관행을 지켰다.
구 고문은 LG전자·LG필립스 LCD(현 LG디스플레이)·LG상사 등의 대표이사를 지낸 그룹 내 핵심 경영인이다. 구본무 회장 별세 직전까지 LG그룹 2인자로 그룹 전략을 담당하다가 2018년 5월 구 회장이 별세하자 부회장 직함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 고문의 장남 형모씨(1987년생)는 LG전자 일본법인 연구소에서 책임(차장급)으로 근무 중이다.
재계에서는 구 고문의 계열 분리로 이달 말 LG그룹 정기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했던 2018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등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교체되면서 올해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단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지만 계열 분리가 변수로 떠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 분리 문제로 올해 인사를 안정 속 변화 기조로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며 "예상밖의 쇄신인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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