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진해운 사태 안돼…아시아나 띄울 '빅딜' 운명은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박광범 기자 | 2020.11.16 05:30

[대한항공·아시아나 한가족 되나]上

24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이 한라산 백록담을 보고 있다. 승객 250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는 이날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해 동해바다가 보이는 강릉, 한라산 백록담이 보이는 제주도를 지나 오후 1시 20분 인천으로 다시 돌아오는 특별 관광 상품이다. /인천공항=공항사진기자단 / 사진=공항사진기자단



아시아나 '새주인' 찾기, '해운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두고 볼 것인가. 대한항공(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민·관이 함께 '기간산업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그 자체로 큰 사회적자본이다. 회복불능으로 갈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15일 관가와 재계 등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한진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산은이 한진그룹을 지원하고 한진그룹이 위기의 아시아나항공을 떠안는 구조가 유력하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양측의 용단으로 단행되는 말 그대로 '빅 딜'(Big Deal·거래)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은 물론 LCC(저비용항공사) 진에어 등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항공 전문기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 이후 절치부심하던 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을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점찍은 것은 전문성에 가장 무게를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2인3각'으로 나서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찾기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뜯어보면 아시아나를 둘러싼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야심차게 인수를 추진한 HDC현대산업개발도 결국 의사를 접었다.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데다 업황은 여전히 어둡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입장에서도 아시아나 인수는 용감하다고밖엔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이다. 코로나19(COVID-19)로 대한항공도 허덕인다. 여객기의 화물 운용 등 묘수와 비용절감, 정부의 인건비 지원 등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 1년 내 도래 부채만 4조7979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는 큰 부담이다.

여기에 조 회장과 경영권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강성부펀드) 등 조현아3자연합이 산은의 지분참여에 반대하며 가처분신청을 벼르고 있다. 정부의 적격성 심사와 독과점 심사도 넘어야 할 고비다. 아시아나의 회생까지 가야 할 길이 첩첩산중이라는 것이다.
재계는 그런 아시아나항공을 보며 '한진해운 사태'를 떠올린다. 세계 7위권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이전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공중분해(2017년 파산)됐다. 한진해운 처리는 지금도 한국 기업 구조개편 역사의 명암을 논할때 대표적 실패 사례로 분류된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 해운의 아시아·미주 점유율은 11%에서 3%대로 급락했다. 글로벌 순위는 2010년 5위에서 지난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진해운이 떠난 자리에 혼자 남은 HMM(옛 현대상선)은 연이은 만선을 기록 중이다. 물동량을 다 소화하지 못한다는 면에서 '아픈 만선'이다.

아시아나가 파산에 이르게 될 경우 똑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0여년 간 국내 항공시장을 대한항공과 양분한 우량 항공사다. 스카이트랙스 선정 항공사 순위는 지난해 28위로 대한항공(35위)보다 오히려 높다. 보유 기체만 80여기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기준 한국발 주요 노선 점유율이 20~30%에 이른다. 대한항공과 경쟁하며 최선의 경제성으로 짜놓은 알짜 노선들이다. 아시아나 항공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외국 항공사들이 이 자리를 점유할 가능성이 높다.

항공·물류업계는 HDC현산에 이어 대한항공과의 딜마저 깨진다면 업계 전반이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본다. 비상상황에 걸맞은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경영학)는 "기간산업이 회복불능 상황으로 가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초대형 딜' 띄우는 이동걸, 채권단·대한항공·아시아나 함께 날까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국점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밑그림을 그린 대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국내외 항공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초대형 ‘딜’이 된다. 채권단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까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묘수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결렬된 지난 9월 이후 한진그룹을 접촉하면서 동시에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를 설득했으며 이미 청와대와 정무적 교감도 마친 것으로 관측된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3일 ‘금융리스크 대응반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에 대해 “도움이 된다면 정부로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앞서 이 회장이 비슷한 거래를 성사시킨 이력도 있다. 지난해 초 산은은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55.7%, 5973만8211주)을 현물출자 해 현대중공업과 함께 중간지주회사(한국조선해양)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했다.

이번에도 산은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지분율 약 37%)해 한진그룹에 현물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한진칼이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진칼에 돈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으로선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답안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COVID-19)로 끝 모를 불황에 빠진 항공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는 산은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 경영 관리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채권단 관리 하에서 부실이 심화한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 빨리 새 주인을 찾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의 효율을 높이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 과정에서 항공업계 재편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프랑스와 독일 등도 1곳의 FSC(대형항공사)만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이들 국가보다 인구가 적은 우리나라가 2개의 FSC가 있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항공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항공사 대형화의 논리가 힘을 받은 것이다.
코로나 19 여파로 여객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딜이 성사되면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탄생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여객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면 국제 여객 수송 인원수 기준 10위가 된다. 국제 화물 수송량 순위에선 홍콩의 캐세이퍼시픽을 제치고 3위에 오른다.

거래가 이뤄지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한진칼 최대주주인 3자 연합의 반발이 거세다. 한진칼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꾸린 3자 연합이 47.71%,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41.3%의 지분을 각각 쥐고 있다. 조 회장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장악한 이후 3자 연합은 지분을 추가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3자 연합 입장에선 산은이 3대 주주가 되는 게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대규모 금융지원이 이뤄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한진그룹에 헐값에 넘기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의 갑질과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다.

기업결합 심사도 넘어야 할 벽이다. 정부 차원에서 딜이 논의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의 국내 기업결합 심사는 무난할 전망이다. 관건은 해외다. 두 회사 통합이 글로벌 항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기업결합 심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인데 핵심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2006년 라이언에어와 에어링구스의 기업결합과 2011년 그리스 양대 항공사인 에게안항공과 올림픽에어의 합병을 불허한 전력이 있다. 인수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확고해져 항공사의 가격 결정권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적 항공사간 결합은 이 회장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각 단계에서 정부와 정무적 교감을 나눴을 것으로 본다”며 “ KCGI 3자연합의 반발, 기업결합 이슈 등의 변수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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