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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이 된 86세대━
이들은 같은해 결성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초대 의장과 부의장을 맡았다. 4선의 이 장관은 지난 7월 통일부 장관이 됐다. 역시 4선의 우 의원은 내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전대협 출신으로는 3기 의장을 지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
이들 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경험을 공유한 이들이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은 180명. 이 중 50대는 113명(62.7%)에 이른다. 86세대가 다수 포진하면서 평균 연령도 55.1세를 기록했다.
86세대의 헤게모니는 21대 총선의 압승으로 더욱 공고해졌다. 하지만 범진보진영 차원에서 86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 같지 않다.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1987년에 태어나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 의원으로 당선된 장혜영 의원은 86세대를 '기득권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40대 주자들도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장파'로 꼽히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86세대는 기회를 소진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1971년생이다. 1973년생인 박주민 의원도 선배 세대와는 다른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86세대는 이제 주도권을 다음 세대에게 일부라도 이양하기 시작해야 마땅하다"며 "86세대가 정치적인 대표성을 가지게 된 것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기여했다는 것인데, 지금에 와서도 그것을 주장하기에는 정치권 86세대는 이미 보상 받을 만큼 다 받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15년 전 한국의 엘리트 3만2000명을 분석한 결과도 소개했다. 그는 "운동권 출신 엘리트의 국회의원 당선 확률은 모든 조건을 통제했을 때 다른 엘리트보다 100배가 넘었다"며 "그런데 86세대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운동권으로 희생할 때 당신들은 뭐했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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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의 실세 '문파'━
팬덤 정치의 무기는 소통과 참여다. 이를 잘 활용하면 '플랫폼 정당'으로 제도화할 수 있다. 하지만 팬덤 정치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민주당 내부에서 '문파'로 대표되는 극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 극성 지지층의 비판을 가장 많이 받았던 의원이다. 당론과 다른 행보를 보여왔던 금 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하고 당의 징계까지 받았다. 강성 당원들의 비판에 직면했던 금 전 의원은 결국 당을 떠났다.
그는 탈당계를 내면서 "다른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고 비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정치의 역할은 갈등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것인데, 강성 지지층들만 남게 되면서 정치의 본래 기능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팬덤 정치도 점차 정치를 극단적, 적대적으로 만들면서 갈등 조정기능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강성 지지층에 의한 행태는 과잉 민주주의다. 원칙적으로 정당이 중심이 돼 정책의 의제를 만들고 개혁의 방향성을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다수결이나 목소리 큰 사람의 것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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