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공연장 상권 '침해’에서 '상생'으로…서울시의 입장 번복 배경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20.11.14 06:25

지난 4일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개관하며 대중음악 대관 영업 논란…12일 ‘강행’, 13일 ‘취소’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공연장 내부. /사진제공=서울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 가운데 인디 밴드들의 라이브 메카로 통하는 홍익대 일대 민간 공연장들이 줄도산 위기에 놓이면서 휴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다.

‘월세와 싸우며 하루를 근근이 버티는’ 민간 공연장들은 ‘인공호흡기’를 달며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염장’을 뿌리는 이벤트를 만나면서 망연자실했다.

지난 4일 서울시가 합정역 인근에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공공 공연장을 개관한 것이다. 민간 공연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코로나 위기에 무언가 도울 궁리를 하기는커녕, 민간공연장과 경쟁할 공연장을 만드는 걸 보고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혔다”고 허탈해 했다.

민간 공연장들은 처음에 무슨 일인가 싶어 지켜만 보다가 저렴한 대관료와 큰 무대, 고급 장비를 갖춘 시설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고 나서야 이 시설이 서울시가 말한 대로 친목 수준의 ‘생활문화 센터’가 아닌 상업적 이득을 꾀하는 ‘공연 영업장’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롤링홀 등 홍대 인근 공연장 85곳으로 구성한 홍대공연장연합은 서울시가 개관한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에서 연극, 뮤지컬은 무대에 올려도 대중음악 공연만큼은 금지해달라는 요청의 공문을 지난 6일 발송했다.

이 긴박한 요청은 휴폐업이 ‘일상’으로 번진 민간 공연장들의 위기와 맞물렸다. 홍대 대표적 공연장인 하나투어 V홀을 비롯해 인디라이브클럽의 상징인 DGBD(구 드럭), 객석 500석 규모의 무브홀 등 6곳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사진제공=서울시

나머지 공연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가동률이 10분의 1수준에 머물며 매출이 평년 대비 90% 가까이 줄었다. 영화나 뮤지컬 등 공연계가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 정책의 현실에서도 대중음악 분야는 예외다.

홍대에서 25년간 공연장을 운영해 온 롤링홀의 김천성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 서울시가 170석 규모의 공공 전문 공연장을 개관하는 것은 우리에게 더 이상 홍대에서 공연장을 운영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공연 분야를 코로나19 특별 지원업종으로 지정해놓고 뒤로는 소상공인들과 경쟁하고 우리를 폐업의 길로 내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연 관계자들은 마포구에서 오는 2022년까지 500석 규모의 공연장이 건립될 예정인데, 여기에 소규모 공연장이 추가로 개관되는 것은 세금 낭비이며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직격으로 위협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홍대공연장연합의 ‘금지 요청’에 대해 서울시는 6일 뒤인 12일 이런 답변을 보내왔다.


우선 ‘연극, 뮤지컬을 제외한 대중음악 장르의 기획 및 대관 금지 요청’에 대해선 생활문화 활동 중 연극, 뮤지컬로 한정해 운영하라는 요청은 서울생활문화센터 건립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과도한 요청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협상 타결까지 센터 운영 중지 요청’에 대해선 합당한 이유 없이 운영을 중지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 상생과 협력의 가치를 내세우는 정부와 시가 민간 공연장의 생존권이 직접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가 합당하느냐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자, 서울시는 하루만인 13일 입장을 번복했다.

홍대 인근 공연장들. 롤링홀(왼쪽)과 웨스트브릿지.

서울시 문화정책과 노은영 팀장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주변 상권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홍대공연장연합과 충분히 상의한 후 운영할 것”이라며 “우선 오는 12월까지 장르에선 대중음악 공연은 빼기로 했으며 연극, 뮤지컬, 국악 등 생활문화 동아리 공연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홈페이지에도 관련 내용이 올라갔다.

노 팀장은 이어 “내년 공연장 계획도 홍대공연장연합이랑 먼저 소통하고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그것이 ‘생활문화센터’ 취지에도 맞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관련 조례 때문이다.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의 ‘공연장’은 생활문화 조례와 공연법 조례를 동시에 받는다.

예를 들어 일반 동아리나 주민들이 사용할 때는 철저하게 생활문화 조례를 따르지만, 대관료가 비싸 사용할 수 없는 경우 공연법에 따라 일반 뮤지션이나 프로 뮤지션, 다른 기타 예술인들에게 빌려줄 수 있다. 1년에 비어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논란이 된 ‘대중음악 뮤지션 대관’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노 팀장은 “비어있는 시간에도 순수예술 분야 쪽으로 대관해줄 수 있도록 신경쓰겠다”며 “이 부분도 홍대공연장연합과 철저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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